겨울8 명동, 겨울을 밝히다 명동, 겨울을 밝히다 행여 보탬이 될까 햇살도, 가고 없는 아버지를 찾는다. 길을 걷다 발목이 재개발에 걸려 골목은 깨진 판유리처럼 엉성하고 살아생전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멈춘다. 그 때는 중앙극장을 따라 성당까지 올라서면 명동이 시작되고 코스모스 백화점 옆 노점상 발 밑에 불타는 구공탄마냥 카바이드 불꽃에 겨울이 있었다. 걷다보면 만나는 바람에 펄럭이는 성탄마켓도 겨울도 명동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2021. 12. 31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2. 5. 6. 가을과 겨울사이 자전거 앞바퀴는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는 가을을 지난다. 아프다고 한들 남을까 작년처럼 낙엽은 출구를 지키면 나에게 없는 추억으로 떠나려 한다. 순서대로 아픔을 낳고 열 달이 지나고 있다. 가을에 묻고 겨울에서 찾다보면 바람따라 멀어져 가는 가을, 어깨에 매달려 찾다보면 멀어져가는 너. 2021. 11. 11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2. 5. 1. 세월을 읽다 세월을 읽다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달은 여렸다. 꼭 그래야 했나 살며시 뿌려놓고 간 눈 아래 무말랭이처럼 귀기울이다 떠난 세월(世月)을 보고 하루를 헤아리다 갈 곳 없어 문을 열면 달그닥 달그닥 찾아온 겨울. 동지(冬至)에 배고픈 젊은 달, 아궁이따라 눈물을 훔치며 자꾸 창문을 열어본다. 세상을 버스로 지하철로 실어나르다 눈을 뜨니 중년이었고, 눈을 감으니 중천(中天)에서 달은 세상을 쓴다 지루한 비에도 그릇은 넘치고 욕정(慾情)에 드는 시간은 짧기에 반달은 나가는 여름을 바라본다 꼭 떠나야 했나 사는데 감사한 적 없기에 달의 숨을 들으며 예순짜리 지갑에 시들지않게 가을을 넣고 세월을 읽다 2021. 1. 11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1. 1. 22. 입동(立冬) 입동(立冬) 문을 조금만 열었다. 보는 것으로 추워서 저녁도 미루어놓고 힘없는 낙엽으로 어둠을 맞이했다. 내 안에 뛰어다니던 가을은 가고 도툼한 옷으로 푹 싸인 내일(來日)은 걷다보면 만나는 바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한가로울 것 같다. 손도 주지 못했고 혼자서 생고생하면서 돌려막던 가을인데 겨울을 알리는 비가 온다. 두드리고 또 때리면서 빗몰을 차고 지나가는 소리만 가득 고인다. 문을 열었다 불러다 놓고 퉁기듯 추위가 적시면 달그닥 달그닥 찾아온 고개숙인 겨울 가을이 품고 떠난 초대장 아직 절실한지 늙은이는 바다로 간다. 2020. 11. 29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0. 11. 2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