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53 오늘 연한 초록 잎이 솟아오르는단풍나무 아래서봄하고 나하고이야기를 듣는다.궁금했는지라일락 향이 기웃거리고풀죽은 벚꽃 잎도봄단장한 도로의 차선에 앉아귀를 기울인다.간밤에누구는 기다리다 지쳐서봄이 만개(滿開)한 남쪽으로 떠났고누구는달빛도 가짜요 하면서봄이면 야경(夜景)에 빠져밤을 도와 걷고 있다학교 종이 울리고풋풋한 새내기들이 걸어가는봄 뒤에오늘은시간가는 줄 모른다. 2025. 4. 18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2025. 4. 22. 봄맞이 봄맞이떠난 이가 그리워몽돌이 되어 맞이한 봄은겨울을 밀어내고강가에 흠뻑 젖어있었다들쑥날쑥 강물이 자갈에 닿으면지붕없는 카페에서늙어가는 꿈을바구니에 담아 걸어두고오는 이가 설레여꾸미고 싶다자수(刺繡)를 입힌 노래가찻잔을 채우고테이블에 앉은 이야기도폴폴 날라다니는 기억을 깨우면서양동백은격자무늬 창틀에 앉아봄에 스며든다항상미안해서시절인연(時節因緣)을 추스리다맨발로 밟아도향이 배어나오는 마당 가득스러지는 오후가봄에 기댄다 2025. 3. 20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2025. 3. 18. 여의도(汝矣島) 여의도는늙어도뒷모습이 춥다햇살에 걸터 앉아어제를 떠올리다기억이바람따라 서쪽으로 간다군고구마같은겨울 햇살을 받으며또 하나의 이별을 생각하는2월이 되면여의도는 더 차갑다퍽퍽한 아스팔트를 따라걷다보면사각사각 부서지는 겨울 소리시간은혼자가지 않고사람도 데려간다정(情)마저떠나가는 외로운 걸음에수다를 떨어도몸이 무거운 여의도 2025. 2. 28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2025. 3. 18. 여름 휴가 여름 휴가덥다그늘도 없는 아파트에온 몸을 맡기면저만치 어릴 적 모습이지글지글피어나고 있었다.땡볕에가마니 위에서 바삭거리는강냉이와 튀밥을 바라보는내 눈이 슬펐는 지한 줌 가득 집어 주는뻥튀기 할배 곁에누렁이가 대신 꼬리를 흔들었는데....지금은흐르는 세월을 꼬집어도어찌나 더운지 눈이 감긴다.아버지는 새끼 줄에 매달린 논게를 사다가항아리에 뜨거운 간장을 붓고맛있게 여름을 보냈지만나에게 여름은 참 따분하고, 오이지처럼 짠 내가 났다.너무 더워서더운 나라를 휴가지로 택한깜찍한 발상이 더웠지만돌아와 보니아버지같은 여름은 찾지 못하고허덕이는 아들의 여름도언제 쯤 자리를 잡을련지? 2024. 8. 12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2024. 8. 14.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