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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덥다
그늘도 없는 아파트에
온 몸을 맡기면
저만치 어릴 적 모습이
지글지글
피어나고 있었다.
땡볕에
가마니 위에서 바삭거리는
강냉이와 튀밥을 바라보는
내 눈이 슬펐는 지
한 줌 가득 집어 주는
뻥튀기 할배 곁에
누렁이가 대신 꼬리를 흔들었는데....
지금은
흐르는 세월을 꼬집어도
어찌나 더운지 눈이 감긴다.
아버지는 새끼 줄에 매달린 논게를 사다가
항아리에 뜨거운 간장을 붓고
맛있게 여름을 보냈지만
나에게 여름은 참 따분하고, 오이지처럼 짠 내가 났다.
너무 더워서
더운 나라를 휴가지로 택한
깜찍한 발상이 더웠지만
돌아와 보니
아버지같은 여름은 찾지 못하고
허덕이는 아들의 여름도
언제 쯤 자리를 잡을련지?
2024. 8. 12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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