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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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할아버지

by 세월김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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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국민학교 때

할아버지는 진짜 할아버지였다.

 

하얀 수염에

가려진

할아버지의 시간(間)

가랑이 사이로 넣고

보면

내 나이가 되었다.

 

환갑(甲)을 풀어

사진에 옮겨도 젊은 얼굴인데

할아버지는 몇 층 사세요? 라고 묻는

예닐곱 소녀에게 

들겼다.

 

아버지는

논두렁 가득 찬 모래를 걷어차고

아버지의 아버지를 설득해

상경(京)했고,

서울로 이사(徙)가는 아들에게

나는

빨간 돼지 저금통을 줬다.

 

자꾸 

봄이 오고

하얗게 떡진 머리를 숙이니

거울엔

젊은 할아버지가 서 있다.

 

국민학교 때

들었던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결국

꼬리가 밟혔다.

 

 

                 2022. 04. 04

 

         세월을 읽다_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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