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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국민학교 때
할아버지는 진짜 할아버지였다.
하얀 수염에
가려진
할아버지의 시간(時間)을
가랑이 사이로 넣고
보면
내 나이가 되었다.
환갑(還甲)을 풀어
사진에 옮겨도 젊은 얼굴인데
할아버지는 몇 층 사세요? 라고 묻는
예닐곱 소녀에게
들겼다.
아버지는
논두렁 가득 찬 모래를 걷어차고
아버지의 아버지를 설득해
상경(上京)했고,
서울로 이사(移徙)가는 아들에게
나는
빨간 돼지 저금통을 줬다.
자꾸
봄이 오고
하얗게 떡진 머리를 숙이니
거울엔
젊은 할아버지가 서 있다.
국민학교 때
들었던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결국
꼬리가 밟혔다.
2022. 04. 04
세월을 읽다_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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