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뮤지컬(Musical)이 전부였다.
10년 만에 이사짐을 싸면서
뮤지컬 관련 논문 프린트를 몽땅 버리면서
몰랐던 아쉬움이
뮤지컬 '아이다' 누적관객 100만명 돌파라는
뉴스를 보면서
16년 전 뮤지컬 감상 후기를 올려본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가로와 세로의 아름다움
아이다(AIDA)
관객의 입장에서 뮤지컬(Musical)을 보고
감동을 느끼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배우 즉, 캐스팅을 통해서
극의 구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그 캐릭터의 감정이 객관적으로
관객에게 촉촉하게 전달되어 질 때,
둘째는 조명,미술,의상,음악,안무 등과 같은
공간을 채우는 요소들이 장치를 통하여
객석을 따라 감정이 이어질 때이다.
전자는 스토리를 통하여 감정을 표출하는 반면
후자는 이미지를 통하여 시각적으로 전달되어진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하다가
추운 겨울 바람을 안고 찾아간
뮤지컬 아이다(AIDA)는
모든 사람들이 칭송하듯 환상적인 무대 메커니즘과
화려한 조명에서 뿜어나는 원색의 아름다움을
매력으로 가지고 다가왔다.
이집트의 무장 "라다메스"와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간의
러브스토리인 뮤지컬 'AIDA'
개인적으로는 두 남녀 간 비련의 사랑 이야기보다
이집트의 혼을 형상화한, 색의 향연에서 오는 이미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았다.
뮤지컬이 진행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깊숙히 여운을 지니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 기쁘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뮤지컬 '아이다'의 시각적인 특징은
디즈니 특유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자리잡아서
지극히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뮤지컬를 보고 감동을 느끼는
두가지 경우 중 후자에 해당하기에
뮤지컬 '아이다'는
충분히 호평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커튼 콜에 새겨진 눈에 맺힌 아프리카의 지도가
혹시 아이다의 눈물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잠시 액자구조를 빌려서
현대의 박물관에서 고대 이집트로 안내하는 이야기는
음악과 함께 주홍빛 큰 돛을 휘날리면서
우리를 일상에서 벗어나 뮤지컬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들어주었다.
처음엔 긴장한 탓인지
노예로 붙잡혀 라다메스 앞에서 반항하는
아이다의 당돌한 장면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파라오의 왕좌를 넘보는 조세르와
그의 부하들이 펼치는 앙상블에 이르러서는
어쩌면 6명 밖에 안되는 적은 인원으로
저렇게 무대를 꽉 차게 만들 수있을까?
고민하다가 발견한 아름다움.
그것은 가로와 세로의 숨가쁜 만남이었고,
그 만남이 무대를 꽉채우기도 하고 텅비우기도 하고
극의 흐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만들어 주었다.
LG아트센터의 무대는
천고에 비하여 가로가 다른 대극장보다 작아보였다.
그렇다고 6,7명의 적은 인원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높이와 깊이에 바해서 상대적으로 적어보이지만
20여 미터 정도의 가로에서도
무대가 꽉 찬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암네리스의 수영장
(목욕탕이란 표현도 있는데 목욕탕이기엔
너무 터키즈 빛깔이 아름답다)
장면에서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몇 개의 소품으로, 몇 명의 앙상블로 여백을 둔 채
무대를 채우는 원리는
한마디로 세로의 무대에 가로의 벽체가 떨어져서
조화를 이루고,
그것도 부족하면 밀고 나오기 때문에
무대는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었다.
특히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수영장의 경우,
배치에 있어서 세로로 만나야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데
뮤지컬 '아이다'에서는
우리들에게 자리잡은 무의식을 정면으로 거부한 채
가로로 배치함으로써 반짝이는 충격을 주었고,
그 충격은 물결에 비치어
실제로 수영을 하는 듯한 환상을 가져다 주었다.
천정에서 조용하게 내려오는 스모그가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르면서 수영장의 물을
죽어있는 파란색에서 흰색과 어울려서
살아있게 만드는 효과.
결국 하나의 장치(Device)인 연기(演技)도
세로로 부딪치므로써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외에도 가로와 세로가 서로 만나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아프리카의 태양과 나일강에 비춰진 반사된 야자수로
강렬하게 다가왔으며,
때론 천으로 나일강의 여유로움을 표현하면서
그 황톳빛 천이 시간에 따라 빨래터로 형상화되어
무대의 배경이 되었다.
진열장 벽이 해체되어 패션쇼의 워킹 무대가 되거나
암네리스의 의상쇼 등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무대전환 역시
정지된 가로에 세로가 쉼없이 부딪치므로써
만들어내는 효과였으며
기본 벽체에
고대 이집트 지역의 지도를 표현하는 영상도,
화려한 색상으로 부딪치는 조명도
이 아름다움에 가세하였다.
뮤지컬'아이다'에서 나타나는
가로와 세로의 만남은
시각적인 감동 뿐만 아니라
뮤지컬의 시간에도 많이 작용하여서
극의 전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반부의 경우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사랑의 구조를
완벽하게 아니 절제된 상태로 표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뮤지컬적인 요소인 고난,갈등이
다소 부족하였다.
아이다가 라다메스에게 붙잡혀서 영웅적으로 반항하는
심리적 상태가
구리광산의 노예가 될려다 공주의 시녀로 바뀌는
이야기 구조를 가져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예의 신분인 상태에서
구리광산의 노예이자, 누비아의 백성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속에서
공주에서 누비아인의 지도자로 신분이 변화하는 아이다는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어찌보면
고난과 갈등이 부족한 전반부를 극복하기 위하여
두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심리변화나
아이다가 노예에서 라다메스의 연인으로 변하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노래로 표현하다보니
지루하게 전개되어 아쉬웠다.
독백과 갈등마저도 노래로 표현하는 뮤지컬에 있어서
관객들은 가사를 음미하지 않을 때,
뮤지컬의 시간이 지루하거나 긴장감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작품에 빠지지 못하게 되며
앞에서 언급한 뮤지컬을 보고 감동을 느끼는
두가지 요소 중 전자를 잃어버리게 된다.
뮤지컬'아이다'의
전반부는
액자구조의 장점인 객관적 서술의 효과를
두남녀의 사랑의 이야기구조에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였지만
후반부는 극전개가 긴장감을 가지면서
빠르게 전환되었는데
그 이유로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가로와 세로의 만남이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기나 긴 장정 끝에 조만간 막을 내리는 뮤지컬 '아이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언젠가 오리지널 공연을 다시 맞이 할 수 있을 때
가로와 세로의 공간 미학에 대하여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확인하고 싶다.
끝으로 '아이다'를 보고 아쉬움이 남는다면 무엇일까?
한마디로 불멸의 러브스토리라기에는
너무 사랑 구조가 약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여러군데 손을 댈 수도 있겠지만
나 같으면 두 남녀를 이시스의 여신의 이름으로 죄를 줄 때
암네리스의 형벌이 다소 약했기에
이집트 사막의 무덤에서 생매장시키면서
두 연인 중 하나의 눈을 가려 고통을 극대화하고,
그 고통의 흔적이 쇼케이스 안에 표현될 수 있었다면
좀더 과거와 현대를 잇는 징표나 흔적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싶었다.
2022. 07. 16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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