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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世月)을 읽다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달은 여렸다.
꼭 그래야 했나
살며시 뿌려놓고 간 눈 아래
무말랭이처럼 귀기울이다 떠난
세월(世月)을 보고
갈 곳 없어 문을 열면
달그닥 달그닥 찾아온 겨울.
동지에 배고픈 젊은 달
아궁이따라 눈물을 훔치며
자꾸 창문을 열어본다
세월(歲月)을
버스로 지하철로 실어나르다
눈을 뜨니 중천이었고
눈을 감으니 달은 세상을 쓴다.
지루한 욕정에도 그릇은 넘치고
사랑에 빠진 시간은 짧기에
반달은 나가는 가을을 바라본다.
꼭 떠나야 했나
사는 데 감사한 적 없기에
달의 숨을 들으며
예순짜리 지갑에 겨울을 넣고
세월(世月)을 읽다.
2023. 04.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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