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읽다
본문 바로가기
시(詩)

세월을 읽다

by 세월김 2023. 4. 2.
728x90

 

 

                          세월(世月)을 읽다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달은 여렸다. 

꼭 그래야 했나 

살며시 뿌려놓고 간 눈 아래  
무말랭이처럼 귀기울이다 떠난 
세월(世月)을 보고  
갈 곳 없어 문을 열면  
달그닥 달그닥 찾아온 겨울. 

동지에 배고픈 젊은 달 
아궁이따라 눈물을 훔치며
자꾸 창문을 열어본다 

세월(歲月)을  
버스로 지하철로 실어나르다 
눈을 뜨니 중천이었고 
눈을 감으니 달은 세상을 쓴다. 

지루한 욕정에도 그릇은 넘치고 
사랑에 빠진 시간은 짧기에 
반달은 나가는 가을을 바라본다. 

꼭 떠나야 했나 

사는 데 감사한 적 없기에
달의 숨을 들으며 
예순짜리 지갑에 겨울을 넣고  
세월(世月)을 읽다. 

 

                           2023. 04. 04

반응형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Autumn)  (2) 2023.10.10
화진포(花津浦)에서  (0) 2023.05.10
세월(世月)을 읽다  (0) 2023.01.30
12월  (0) 2022.12.25
인연(因緣)  (0) 2022.11.13

댓글


TOP

TEL. 02.1234.5678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