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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Autumn)
물감에
살짝 젖은
문밖의 가을,
목욕하는 선풍기를 피해
홀로 나왔다
시월(十月)은
길 위로 떠다니다
삐쭉 튀어나온 파란 무처럼 매끈하게 무성한 고구마 줄기 곁으로
내려앉아
가을과 벗이 되며
대문을 지키는 대추나무에
가을이 쌓이면
주렁주렁 자식이 익어가는 데
혼자 남은 늙은 호박은
몇 번이나 더 만날까
안쓰러워
시월(十月)에 맴돈다
뚝방길따라
만나는 열매들과
달콤한 이야기가 되는 가을
시월에
하나만 따다가 물어본다
2023. 10. 10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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