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iard &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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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Billiard & 나

by 세월김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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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당구라고 하지 않고

빌리어드(Billiard)라고 한다.

그만큼 당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변했다는

반증일까?

 

담배연기로 가득차고 짜장면 그릇과 내기 당구로

대학가를 점령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의 당구장은 깨끗하고 청결하면서도 카페같은

분위기로 탈바꿈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로서의 모습도 갖추게 되었다.

 

2019년 프로당구(PBA)가 출범하면서 이제는 당구를

본업으로 해도 되는 살기좋은 세상이 온 것도 사실이다.

2020~2021 시즌 우승 상금 1억 짜리 행사가 7개가

넘을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높아졌고,

직장인을 위한 당구대회 역시 자리잡고 있기에

예전처럼 당구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된다.

아쉽다면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하여 당구장을 찾는

발길이 줄고, 당구장에서 당구를 친다는 것이

은근히 부담이 된다.

마스크를 쓰고 당구를 치다보면

나와 같이 안경을 쓰는 사람은

김이 서려서 거의 당구를 칠 수가 없다.

그래서 한번은 안경을 쓰지 않고 쳤는데 다행스럽게

1미터 안에서는 큰 부담이 없었고

더 집중이 잘되어서

최근에는 안경을 벗고, 마스크를 쓴 채로

당구를 치게 된다.

 

주말에는 당구장 출입을 할 수 없기에

어제는 모처럼 올레TV에서 신작인 영화

<식스볼 six ball, 2020>를 봤다.

이대한,강예빈,홍달표 주연의 영화 <식스볼>은

최근 코로나19 시대의 짠 영화로 붐을 일으킨

영화<공수도>의 채기준 감독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내내 실망을 했다^^;

※ 영화<식스볼>은 채기준감독, 영화<공수도>는

    채여준감독이라네요 ㅎ

    두 분이 형제인데...  네이버 검색하면 채기준감독이

    영화<공수도>에 식당손님으로 특별출연하고

    두 형제가 두 작품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다보니 혼동이 되기 쉽답니다.

 

영화 <타짜 The War Of Flower, 2006>나 바둑을 주제로 한

영화<신의 한수 The Divine Move, 2014>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독창적인 색갈을 그리지 못한 채

단순한 스토리에 의존하여 전개되었고,

여자 주인공 역시 김혜수의 아우라를 탈피하지 못한 채

조승우의 캐릭터를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금(5500원)이 참 아까운 영화였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영화 시장은 불이 꺼진 상태로

생존을 위하여 기존의 홀드백 기간을 무시하고,

OTT 서비스로 유통 채널을 바꾸려는, 몸부림치고 있는

현실임에도 가장 중요한 스토리에 있어서 Power가 없다면

향후 뉴노몰(New Normal) 시대의 영화도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아보인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한가하게 영화를 보고, 당구를 치고,

라운딩을 나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련지?

안방 거실 1열에 앉아서 VOD서비스를 만끽하고자 하는

고객,소비자,향유자를 생각한다면

제작사나 감독이나 저 예산의 짠필림만으로만

현실을 버틸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주로 큐션볼(carom)을 친다.

초창기에는 중대에서 치다가 대대로 옮긴 지는 근 10년이

다되어가는데도 운동 신경이 없는지 실력이 잘 안 늘어서

22점을 놓고 친다.

프로가 보통 40점을 놓고 치는 데 그 반을 놓고도 가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흥분도 잘 하고

헐리우드 액션을 하는 바람에

자주 허리가 삐끗해서 파스를 붙이고 산다.

 

최근에 10년 만에 하이런(한큐에 내는 최고의 점수)를 깼다.

그 전까지 하이런이 9점이었는데 11점을 쳐서

기록을 갱신했을 때의 기쁨이란

말이 필요없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당구장에서 30년 만에

영화 <가문의 영광 Marrying The Mafia, 2002>

감독이었던 정흥순감독을 우연하게 만났다.

 

1995년 당시에는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당시 입봉을 안한 정감독은 친구에게 영화 제작을

권했고, 우리는 정열을 모아서 대우영상사업단과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지만 많은 사연을 간직한 채

영화는 씨네2000으로 넘어가고, 감독권만 인정받아서

정감독이 호주에서 찍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현상수배 Wanted, 1997>였다.

배우 박중훈이 출연한 영화 중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쉬리>가 있다.

영화 <쉬리>시발점으로 해서

2000도에 영화<JSA>가 500만명을 돌파했고,

2001 영화 <친구>800만명의 흥행기록을 세운 뒤

2002 영화 <가문의 영광>500만명의 흥행 기록을

이어나감으로써

2003년, 드디어 영화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

천만 영화고지에 오르게 되었기에

어찌보면 우리에겐 그 아픔이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만족하게 된.

 

정감독과 나는 영화 <현상수배>를 제작하고자

서로에게 맞보증을 섰고,

그 맞보증의 굴레를 5년 넘게 가지고 있다가

영화 <가문의 영광>의 성공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정감독과 30년 만에 일산 당구장에서

만나게 되다니...

환갑이 다되어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대를 읽는, 읽을 수 있는 트렌드를 찾겠다는

정감독은

여전히 유머가 있었다.

 

"만약 니랑 나랑 채권자나 채무자로 당구장에서

만났으면 어쩔 뻔 했냐고" 하면서 너스레를 떠는 정감독.

 

지금은 양주로 이사를 한 뒤

친구가 강남에 당구장을 내는 바람에 그 곳에서

당구를 치고 있을텐데,

코로나 끝나기 전에 한번 찾아가봐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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