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Ch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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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미친 짓

전기차 캐즘(Chasm)

by 세월김 202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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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Chasm)

 

북미 전기차(EV) 시장 성장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재무 안정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미국 혼다와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물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전기차를 타는 소비자

입장에서 씁쓸한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2025년 12월 15일이면 전기차 렌탈한 지가 4년이 된다.

 

벤츠 E220이 만기가 되어 영업사원의 밀어내기 제안도 있었지만 4년 전만해도 혁신의 아이콘으로 테슬라(Tesla)가 주목받았기에

국산에 대한 사랑으로 기아EV6를 선택하였지만 우윳빛갈 아이보리색이 아닌 곤색이란 점에 아쉬움을 간직하였지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기차 충전시설이 지금처럼 확산되지 않았기에 진짜 대락난감한 일을 많이 겪었다.

 

차를 뽑은 뒤 첫 충천을 맞이할 때는 100번 도로를 타고 과천에서 부천을 거쳐 김포에 이르렀을 때였다. 완속 충전은 13시간 정도

걸리기에 가까운 급속 충전시설을 검색하니 북한산 공원 안에 있었다. 어렵게 찾아가서 충전하는 1시간 동안 공원에서 산책나온

사람들과 같이 걷다가 가로등 아래서 잡념을 다스리다가 시간을 보낸 뒤 충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막연하게 앞으로가

참 걱정스러웠다.

 

드디어 첫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강촌의 엘리시안cc를 가야 하는 데 시동을 걸어보니 간밤에 충전하는 것을 깜박 잊었다.  아뿔사 충전량을 보니까 135키로를 갈 수 있는데 검색하니 엘리시안cc까지는 120키로 떨어져 있었다.

 

충전할 시간은 없고, 잘하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어쩔 수 없이 출발하기로 했는데 잘 알다시피 강촌 엘리시안cc는 입구에서 골프장까지 진입로가 경사도가 높은데 진입로 앞에서 충전량이 제로라고 빨간불이 떴다. 차를 놓고 갈 수도 없기에 

될데로 되라는 심정으로 언덕을 올라가기로 했는데 희안하게 슬금슬금 도착할 수가 있었다.

 

골프백을 내리고, 충전기 앞으로 갔는데 당시만 해도 환경부에 발행한 공공충전인프라 멤버십카드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애를

먹다가 신용카드로 하려고 했지만 역시 안먹혔다. 지배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카드를 맡고 놓고 라운딩을 한 뒤 가보니 충전이 150키로도 안되었다. 집까지 최소 120키로가 필요한데 150키로 밖에 충전이 안되다니... 어쩔 수 없이 강촌에서 일행들과 식사 후가평군청으로 간 뒤 급속 충전기 앞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고백하였다. 다시는 충전을 잊지 않겠다고.

 

그리고 두번 째 맞이한 난관은 강릉 안목해변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집에서 500키로 이상 충전을 하고 갔는데 강릉에 도착하니 200키로도 안남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근처의 충전기를 검색했는데 

완충기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충전을 했는데 잘 될지? 의문이 생겼다. 1시간 정도 밤바다를 배경으로 몇 자 끄적거리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사실 고백하지만 60 평생 일출을 본 적이 없었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에 연초에 일출을 보러가는 지인들의 부지런함에 감탄만 했지 스스로 참여할 의사는 1도 없었다. 그런데 이놈의 전기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충전 상태를 파악하고

멀리서 해뜨는 광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겨울 바다>

 

얼어서 말 못하는 

바닷가 모래사장 옆으로

파도가 서있고 바람이 분다.

 

언제나

기다리는 바다는 차갑지만

겨울이어서 행복하다.

 

나이를 먹어도

 

길은 

해송(松)의 얇은 조각 사이로

끝없이 이어주고

그대 향한 설레이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세번 째는 원우들과 같이 저 멀리 태백의 O2리조트로 1박2일 골프투어를 간 뒤 발생하였다.

 

해발 1100미터에 위치한 O2리조트는 2008년 개장을 앞두고 '학이 내려앉는 동네'라는 서학리조트를 대중에게 친근한 이름으로

변경하고자 설문조사를 거쳐서 수도권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하늘아래 첫동네이자 청정고원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는 O2(산소)리조트로 변경하였지만 강원랜드의 하이원리조트에 비하여 접근성과 시설 측면에서 외면받아 양떼 목장같은 분위기만 유지하다가 2016년 민간기업인 부영그룹에 인수되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가 설계한 무주덕유산cc보다 150미터 더 높이에 위치해 있으면서 부영그룹은 높이만큼 시설 투자를 했으면 좋으련만 전혀 변화가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마치 라오스 해외 골프를 가면 부영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는데 라오스 비엔티안 7개 골프장 중에서 제일 꿀꿀한 골프장처럼 방치된 느낌을 주었다.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로 찾아가는 골프장이었는데 원우회 총무도 고민 끝에 결정한 듯 싶었다.

 

첫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와중에 이름도 독특한 태백코스, 함백코스, 백두코스를 라운딩했는데 문제는 O2리조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없다는 것이다. 라운딩 후 원우들에게 저녁 장소 주소를 받은 뒤 태백시청으로 갔다. 당연하게 시청 안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찾아 갔는데 그 넓은 청사 안에 전기차 충전기는 한 쪽 구석에 있었고 열심히 주차를 한 뒤 충전을 하려고 하니 하얀 A4 종이에 "고장"이라고 써있었다. 눈도 나빴지만 운도 나쁜 것 같았다.

 

태백시청에 전화를 했다. 전기차는 태백시 안에서도 환경부 소관이었기에 환경팀 담당자를 찾아 태백시청 안 충전기가 고장이라고 써있는 데 태백시 안에 가까운 충전기 있는 곳을 물어봤다. 근처 농협하나로마트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2층 주차장 한켠에 산뜻하게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아직 주차하고 보니 시험 운전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태백시청 환경부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는데 본인도 미안한 지 확실하게 있는 곳이라고 하면서 알려준 곳이

태백시 보건소였다. 그 당시만 해도 팬데믹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가 보건소 마당은 텐트 등이 아직 남아있어 어수선한 분위기 였지만 어느 구석에도 전기차 충전소는 보이지 않았다.

 

배도 고프고 저녁 회식이 시작한 지도 1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충전기는 보이지 않으니 갑갑했다. 보건소 안에 들어가서 수소문한 끝에 50여 미터 옆에 고속 충전기가 있다는 말을 믿고 찾아갔는데 진짜 있었다. 다행스럽게 충전하는 차가 없어서 얼른 충전을 시작하고 가을비를 바라보고 있는데 가랑비에 옷이 젖듯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지져댔다.

 

전기차는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충전 시에 500키로 이상은 갈 수 있지만 문제는 충전량과 실제 거리와 사이에 갭이 크다는 점이 문제이다.

 

일산에서 하남 만남의 광장까지 거리는 70키로가 안되는 데 100번도로를 타고 110키로 이상 밟고 달리면 많게는 충전량이 110키로나 소모가 된다. 갭이 너무 컸다. 100키로면 충분할 거리를 110키로 소요되니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엘리시안cc 갈 때도 그랬고, 강릉 안목해변을 갈 떄도 그랬으며 태백시 갈 때도 규칙처럼 반복되었지만 해결 방법은 여유있게 충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기차는 참 막막한 존재였다.

 

캐즘(Chasm)이란, 지각 변동으로 인해 지층 사이에 생긴 깊은 골짜기 혹은 구렁이나 틈을 의미하는데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시장의 얼리 어답터와 초기 다수 사용자 사이에서 종종 직면하는 중요한 격차 또는 장애물을 나타낸다. 제프리 A. 무어가 자신의 저서 'Crossing the Chasm'에서 널리 알린 용어인데 최근 전기차에서 캐즘은, 전기차가 초기 얼리어답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 혹은 후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근데 왜, 제목을 전기차 캐즘이라고 정했을까?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현상을 소비자 측면에서 좀더 냉정하게 파악해보고 싶어서? 

 

아무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준, 그런 전기차를 4년 넘게 끌고 다녔지만 헤어질 때가 되니까 영 아쉬웠다.

 

무엇보다 소음이 나지 않아서 좋았고, 더울 때나 추울 때 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듣거나 핸폰을 정리할 때 공해를 발생하지 않아서 참 믿음직스러웠는데 앞으로 1달 안에 휘발유차로 바꾸어야 한다니 기본 습관을 뛰어넘어 새로운 습관이 자리잡게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 글을 쓸 때는 전기차를 휘발유차로 바꾼 지 한 달이 된다. 한 달 동안 1200여 키를 주행하면서 변속 시에 종요한 전기차가 여전히 그리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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