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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읽다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달은 여렸다.
꼭 그래야 했나
살며시 뿌려놓고 간
눈 아래
무말랭이처럼 귀기울이다 떠난
세월(世月)을 보고
하루를 헤아리다
갈 곳 없어
문을 열면
달그닥 달그닥 찾아온 겨울.
동지(冬至)에 배고픈
젊은 달,
아궁이따라 눈물을 훔치며
자꾸 창문을 열어본다.
세상을
버스로 지하철로 실어나르다
눈을 뜨니 중년이었고,
눈을 감으니
중천(中天)에서
달은 세상을 쓴다
지루한
비에도 그릇은 넘치고
욕정(慾情)에 드는 시간은 짧기에
반달은
나가는 여름을 바라본다
꼭 떠나야 했나
사는데
감사한 적 없기에
달의 숨을 들으며
예순짜리 지갑에
시들지않게 가을을 넣고
세월을 읽다
2021. 1. 11
세월을 읽다_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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