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Trailer)보고
나중에 봐야 지 했다가 잊고 지냈는데,
구독자 117만 유튜버 '영화친구' 김시선씨가
주말에 볼만한 영화로
이승원감독의 <세자매>를 추천한다고 해서
봤다.
소심 덩어리, 가식 덩어리, 골치 덩어리
세 자매가 펼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이야기 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게되면
허전하다.
영화 <세자매>는
영화 편집이 또 하나의 창작 작업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카메라는
첫 째와 둘 째 그리고 셋 째의 일상을
가식없이 담았지만
편집은
소심한 첫 째와 골치덩어리 셋 째를
가식적인 둘 째가 지루하지 않게
짧게 앞뒤로 포장을 하여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만들었다.
모처럼 아버지 생일을 맞이하여
가족이 다 만나기 전까지
둘 째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관객이
첫 째와 막내를 잊지 않도록
연속성(Continuity)을 유지하고자 애썼다.
남편과 의붓 아들 앞에서 단세포 같은 행동을
일삼는 장면이 편집으로 인해
슬슬 짜증이 날 때
드디어
셋 째 ‘미옥’(장윤주)이 둘 째 '미연'(문소리)를
교회에까지 찾아와 이야기를 연결해주면서
영화 속으로 한 발 들어서게 되었다.
딸 앞에서 엄마라기 보다는
무기력한 언니처럼 지내고
남편 앞에서는
폭력에 길든인 채 분노하지 않는
첫째 ‘희숙’(김선영)에게도 둘 째 '미연'(문소리)이
찾아오면서
그동안 답답했던 영화에서 벗어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응어리를 안고
육신과 정신의 병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세자매의 이야기 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많았다.
우리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남성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진 채
세월을 보내다가
늙으막에 구박받고 사는 모습이
우리 새대의 아버지였다면
세자매의 자식들이 보는
아버지는 어떨까?
특히
바람피는 대학교수 남편(조한철)에게
이혼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둘 째 '미연'(문소리)에게 묻고 싶다.
아버지의 상처를 내리받기 싫어서
이혼하지 못하고 살아야
자식들에게 올바른 부모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사는 게 슬프지 않을까?
갑자기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고 사는
많은 아버지가 떠올라
울컥하게 되고,
잠시나마 눈물짖게 만드는
영화 <세자매>
다른 누구보다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가족에게
가족 간에 사과나 용서가 얼마나 힘든지
그게 왜 필요한 지 알려주는 영화라고
본다면
겉만 보는 것이다.
영화 속의
진정한 아버지를 찾아야
다음 세대의 아버지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무언의 외침 같아서
사랑과 증오의 화신으로서
아버지를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찾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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