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Bucket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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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미친 짓

버킷 리스트(Bucket List)

by 세월김 2023.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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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하는데 중세 시대에 자살을 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버리는 행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섬뜩한 유래지만 어느 순간 열품처럼 번져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꿈꾸게 만든 버킷리스트.

 

골프(Golf)에서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가고 싶다기 보다는 적어도 인생의 40%를 같이한 골프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가야 했다. 그리고 꼭 가고 싶은 골프장에 대한 기대치가 클수록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기에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고 하나 씩 둘 씩 밑줄을 칠할 때 일종의 성취감을 맛보았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안양컨트클럽, 남촌GC, 이스트밸리cc, 렉스필드cc, 남부cc, 가평베네스트GC, 일동레이크GC,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 비전힐스, 휘슬링락cc, 트리니트클럽, 웰링턴cc, 헤슬리나인브릿지cc, 블랙스톤 이천, 소노펠리체cc, 베어크리크 춘천, 성문안cc, 해남 파인비치cc까지는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찾아다녔지만 저 멀리 사우스케이프cc, 아난티 남해 골프클럽, 드비치골프클럽, 아시아드컨트리클럽 등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특히 거제의 드비치골프클럽은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이루지 못했기에 사우스케이프cc와 묶어서 갈 기회를 엿보고있는데 먼저 수도권의 곤지암 골프클럽과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 그리고 베어즈베스트 청라GC를 공략하기로 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도권 골프장 중에 곤지암 소마리국밥만 먹고 돌아오길 몇 번 한 뒤 회원의 위임장을 받아서 곤지암 골프클럽을 가게 되었다.

양잔듸 적응 차원에서 방문한 비발디파크cc에서 놀래고, 휘닉스파크에서 화끈하게 혼이 난 뒤 곤지암 골프클럽을 방문하는 날에는 기운이 빠졌다. 

무엇에 놀라서 눈을 떴는지 한참을 생각해볼 정도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내 손에는 핸폰이 들려있었고, 딸내미가 자기를 데리러 오라는 소리만 들렸다. 깜박 잠이 든 것 같았는데 3시간 동안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자고 말았다. 아직 목덜미가 뻐근하고, 술에 덜 깬 듯 머리가 아프고, 하얀 공만 생각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느글거리는 상태에서 라운딩을 가야 하다니 걱정이 앞섰다. 

2번의 양잔듸 라운딩을 통하여 충분하게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하늘도 올라갈 것 같지만 몸은 기름칠 안한 기계처럼 뻑뻑했다. 

 

첫 번 째 Par5 홀에서 세컨 3번 우드가 훅이 나서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곤지암 골프클럽은 B러프가 양잔듸가 아니고 중지였기에, 게다가 마운틴 코스 경우 여름 잔듸가 뜨거운 태양에 많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새로 이식한 것를 아직 자리잡지 못했는데 우드로 올리려고 한 나의 잘못이 컸다. 퍼더덕 거리면서 뒷 땅을 치고, 다섯 번 만에 올린 그린에서 퍼팅를 놓쳐서 시작하자 마자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요 며칠동안 전반은 더블보기와 쓰리블보기가 간혹 보여도 후반에 잘 막았으니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면 되겠지 했는데  세번 째 Par3 홀에서 3미터 버디를 놓친 후 심각한 그린 공포증으로 스코어가 제대로 안풀렸다.

네번 째 홀에서는 티샷이 확실하게 헤저드에 빠지지 않고 걸터앉는 바람에 벙커에 들어가서 헤매다 쓰리플 보기를 하고, 다섯번 째홀에서는 분명 56도로 60미터를 보낼 수 있는데 생크가 나서 워터 헤저드에 퐁덩 빠지고 말았다. 

마음과 달리 샷이 흔들렸다. 명문 골프장이라 그런지 그린까지 빨라서 보기(Bogey)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맘을 굳게 먹고 드라이버와 세컨을 잘해서 2온하면 퍼터가 쓰리퍼터되기 일쑤였다.

에궁, 동반자 2명이 후반에 다 버디(Birdie)를 잡았는데 나 혼자 헤매다 결국 94를 치고 말았다. 비발디파크를 가고. 휘닉스파크를 가면 뭐할 것인가? 곤지암에서 적응하고자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정광산 자락에 위치한 곤지암 골프클럽은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남성적인 마운틴 코스와 여성적인 레이크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석양과 함께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프라이빗 골프장의 품격과 함께 골퍼에게 무한한 가치를 제공하지만 기대에 무너지고 나서의 씁쓸한 괴로움이 가슴 한켠에 오래 남게 되었다. 

 

피곤한지 잠이 안왔다.  새벽 2시 경 사진과 함께 전화가 왔다.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느낌인데 박부회장님이 산티아고 순례길 14일 차라고 할 때 밖으로 나가 잠시 비를 맞고 싶었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누구에게나 버킷리스트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순례길이기에 느낌이 달랐고, 칠순을 앞두고 살아온 삶을 정리해보겠다는 박부회장님의 의지가 필름처럼 흐르고 있었다. 영상 5도에 샌드위치로 순례 마지막 제일 힘든 코스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골프장을 상대로 무력하게 하루를 보내는 나의 모습이 미웠다. 오늘 생일이라 축하인사를 드렸는데 칠순에 맞추어 긴 여정을 마치고 순례길을 완주하였다는 사진을 받는 순간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기뻤다. 스치듯 지나가는 고난의 순간을 극복했다는 감격에 콤포스텔라성당 앞 광장에 드러누운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

 

사실 나에게는 골프 이외의 버킷리스트가 없다. 그냥 시간이 되면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키로를 열차로 달려보고 싶었다. 잠시 이르쿠츠크에 내려서 바이칼호수에 손을 담근 뒤 생페테르부르크까지 무작정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뿐이다. 10여 년 전에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하바롭스키까지 횡단 열차를 타고 1박하였지만 당시에는 너무 생소하고 낯설어서 불편했기에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

이제 6년 남았다.

산으로 들어가기 전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는 것이 오늘부터 나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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