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タバコ, cigar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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身邊雜記

담배(タバコ, cigarette)

by 세월김 202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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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가니
가고 싶어하는 너를 두고
어쩌다 가는 다낭(Da Nang)가 다르게
이번 오사카(Osaka)가는 길은 마음을 비웠다.
 
셀프로 수하물도 부쳐보고
와이파이 도시락을 사는 동안 여유롭게 담배도 피운 뒤
줄을 섰다.
 
가족이 한마음이 되어 그런가
생각처럼 검색대 줄이 줄어들지 않아도 참았는데
라이터터보라고 압수하는 인천세관
넘 미웠다.
 
라이터는
1인 당 한 개만 소지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터보 라이터라고 빼앗아가다니 
상식이 무너져서 스트레스가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3년 전, 
중국 귀주성으로 워크샵 갈 때는
라이터 한 개도 지참할 수 없었지만
공안이니까, 중국이니까 하고 체념했는데....
 
일본가는 데
강렬한 이미지의 빨간 터보 라이터를 
내 허락도 없이 빼앗아가다니 좀 심한 것 같았다.
 
검색대 10개 중 4개만 열어서
최소한의 쇼핑도 못한 채
국물없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게 만든
출입국관리소를 더 이상 미워할 수 없었다.
 
탑승이 늦었다고 항공사 여직원이 소리소리 지르는 데
이기적으로 담배피운다고
집사람에게서 잔소리 듣다보니.....
 
3박4일 가이드로 임명한
아들만 쫒아서 열심히 걷다보니
어스름한 저녁 무렵
교토(Kyoto)의 료칸 코흐로(Ryokan Kohro)에 도착했다.

깔끔한 거리에 놀라서 담배를 꺼낼 수 없었는데
료칸(旅館)에는 흡연실이 있었고
JT(JAPAN TOBACCO)는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QR코드를 스캔만 해도
교토 지역 흡연 가능한 곳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는 그들이 있어서
교토의 거리는 정갈한 모습을 지녔고,
부러워서 동참할 수 밖에 없었기에
교토의 밤이 아름다웠다.

청수사(清水寺,きよ水みず)에서 만난
뜨거운 태양을 안고  거리를 걷다가
ZARA에 들어가 풀어놓고
각자 독특한 의류를 한아름 안고 나온 뒤
다리 옆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점심으로 소바(そば)를 먹었다.

오사카(Osaka)는
33년 만에 왔다.
 
무늬&무비와 비슷한 나이에 만난
일본은,
친절한 택시기사가 반대쪽에서 앉아있었고
낱개로 포장된 과자가 너무 귀여웠다. 
 
가는 곳마다
볼거리가 많아서 눈아프게 담았지만
지금은 
가물가물한 기억 저 편에서
허리 아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첫 날에는 왼 쪽 다리가 저리더니만
이자카야 불편한 의자 덕분에
둘 째 날은 오른 쪽 허리가 아파서
도톤보리 글리코상(グリコ サイン)도 눈에 안들어왔고,
혼자서
헵 파이브 관람차(Hep Five Ferris Wheel)
건너 뛰고 숙소에서 쉬었다.
 
교토(Kyoto)에서는 반갑을 피웠는데
오사카(Osaka)에서는
하루에 한 갑 피울 정도로 거리가 넉넉했다.
특히 
에어비앤비(airbnb) 덕분에
숙소에서의 흡연은 자유로웠기에 
셋 째 날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집사람의 잔소리만 빼면 
스바라시(すばらし-い)였다.

교토(Kyoto)와 다르게
오사카(Osaka)는 흡연에 아주 관대했다.
특히 일본 최고 높이의 하루카스 300을 찾았는데
60층 바로 밑에 
이벤트 홀 옆으로 흡연실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
301미터에 마련된 Smoking Area!!!
 
 
마지막 날,
체크아웃한 뒤 우동과 소바로 점심을 먹고
오사카성을 찾아 33년 전을 소환했지만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서
카페를 찾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일본은 커피전문점이 없었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이디아, 메가커피 등은 
보이지 않고
스타벅스만 있어서 한참을 졸다가 
난카이 난바역에 갔더니 주말이라 라피트가 꽉 차서
5시20분 열차 밖에 없었다.
 
다시 역 주위로 가서
파친코도 둘러보고
슬롯머신도 해보고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명품을 바라만 보았다.
 
간사히 공항에 아슬하게 도착한 뒤
제2터미널까지 허벌나게 뛰었지만
제자리걸음하는 나의 모습이 안타까웠는 지 
무늬가 캐리어를 대신 끌고 달렸다.
 
1시간 전에 수하물을 붙여야 된다는 강박감에
온 몸이 젖은 채
캐리어 4개를 올리니 58키로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는 지 흡연실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담배 사고 한번,
향수사고 한번,
지인들에게 선물할 과자사고 한번 더.....
 
결과적으로
오사카&교토 여행은 
라이터로 시작해서 담배로 끝을 맺었다.
 
                               
                             2023. 8. 3. ~ 8. 6.
 
                      세월(月)을 읽다_ 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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