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지 떡 방앗간
집에 가는 길에
가와지 떡 방앗간이라는 간판을 보고
어릴 적 생각이 나서 한번은 가봐야 지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갈 일이 생겼다.
연말에
최고위과정 원우가 고향에서 부친이 농사지은
쌀을
일산까지 가지고 왔다.
집에는
20키로 짜리 쌀 한 포대와 10키로 짜리 쌀 한포대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또 쌀을 받아야 할 지 말 지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고흥에서 부친이 직접 재배한 쌀이라고 하는데
그 정성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살포시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공임(?)을 치루고
주문한
가래떡과 백설기 그리고 절편을 찾았다.
꿀맛같은 절편에 매료되어서
정신없이 먹다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을 때
가래떡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아점으로
빈 속을 떡으로 채웠더니 졸음이 와서
운동 겸
미용실을 찾아서 머리를 다듬은 뒤
병원을 찾았다.
어제 체크했고
오늘은 피검사 결과를 볼 텐데
굳이 당뇨를 체크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다가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서 손을 내밀었는데
식후 혈당이 434라니....
당뇨 경계선에서 4년 만에
식후 혈당이 400이 넘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다.
어제도 2개월 만에 식후 292라는 황당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간밤에 꾹 참았고
아점으로 떡만 먹었는데,
충격이 왔다.
치앙마이 가기 전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고
밤마다
라면이나 간식으로 60여 일을 보낸 결과이니
이해는 되지만 납득이 안되었다.
당화혈색소(糖化血色素)가
7.0에서 8.0으로 상승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도 증가했기에
처장이 바뀌겠지만
식습관이 변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하는
의사의 말이
계단 끝에 매달려 한참을 서 있었다.
한반도에
벼농사가 청동기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졌었는데
1991년 일산 신도시 개발로 인하여
가와지 볍씨가 발견되면서
벼농사의 역사가 신석기 시대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한반도의 쌀농사의 역사를
보여주는 가와지 볍씨.
그래서
가와지 싹 방앗간이 눈에 띄었고
떡의 유혹으로
나의 당뇨 수치는 400을 넘게 되었을까?
신석기 시대 이후로
놀부같은 부자들만 걸리는
병이 당뇨병인데
어쩌다 당뇨와 함께 살게 되었을까?
외삼춘도
어머니도
당뇨로 일찍 돌아가셨는데
당뇨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백설기 두 덩어리와
절편과 가래떡을 담아서 앞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건내준 뒤
살짝 후회가 왔다.
앞집 아저씨도 당뇨로 고생한다고 했는데
떡을 돌리다니 쩝
내일이면
가래떡과 절편 그리고 백설기와
이별을 해야 한다.
나에게는
아픈
가래떡과 절편 그리고 백설기를
아들 회사에 가서 돌려야 겠다.
어릴 적
떡방앗간의 추억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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