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석 다음 비상구 좌석은 편했다.
세상에서
아니 하늘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눈을 감고 있으니
한줄기 바람이 헤저드에 물결을 일으키며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티웨이항공이 조만간 트리니티항공으로
CI를 변경한다는 기사를 읽어서 그런가
문득 트리니티클럽cc가 떠올랐다.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보안 절차가 필요하듯이
트리니티클럽cc는
입구에서 예약자가 누구인지 확인 후
통과시켰다.

그래서 그런가
골프장 진입로는 더웠다
소복히 쌓여있는 벚꽃잎을 밟을 때의 아픈 소리도,
낙엽이 구르는 가을의 소리도
들을 수 없는 한여름이었지만
트리니티클럽cc는
눈을 부끄럽게 만들어주었다.
낮지만 무게감을 느끼게 해주는 클럽하우스는
신전(神殿)처럼 강렬하게 다가왔고
여름을 녹이기에 딱 좋은 온도로
끌어들였다.
프라이빗 골프장이 그러하듯이
어둠 속에서
속살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내부를
눈에 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낙조(落照)의 신비로움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남아있다.
서쪽을 향해 끝없이 펼쳐지는 구름 위로
붉은 기운이 오로라처럼 띠를 만들고
하늘과 구름을 구분짓게 만들었다.
저 낙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칙칙한 검은 구름이 생각을 삼켜
어두워지고
계속 석양을 쫒으려면
더 빠른 비행기가 필요했다.

지쳤다
클래식한 골프화를 싣어서 그런가
마지막 홀(par4)를 오를 땐
다리가 풀리는 느낌을 땀으로 씻으며
신경을 써서 라운딩하였지만
파(par)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첫 홀부터
셔드 샷에 뒷땅이 나고,
포온하려다가 그만 벙커에 빠져서 헤매다보니
식은 땀이 흘렀다.
너무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골프장이 아니었기에
긴장한 탓에
웰링턴cc에서도 엉망이었는데
트리니티클럽cc 마저 반복한다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 같았다.

숨이 찼다
700고지 위에 세워진,
황토빛 땅으로 이루어진 사마르칸트(Samarqand)는
바람이 많지만
살포시 탁한 모래 기운이
나무를 감싸고, 드문드문 숲을 만나서
키가 작은 도시 같았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 지?
신호등 너머로 도로교통표지판에
익숙한 나에게는
사거리 지나면
무언가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지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표지판은
이질적인 언어로 더 냉냉했다.
30년 전에 왔었던
기억을
찾을려고 애써봤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타슈켄트(Tashkent)로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투박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기회가 되면 흙과 먼지를 곁에 두고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직접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다.
작게는 2000숨에서 많게는 5000숨으로
1인당 200원에서 500원이 필요했다.
여행은
환전에서 시작, 환전으로 끝나는데
환전하기 싫어서
사원에 갈 때나 유적지 가기 전
미리 화장실을 먼저 갔었는데
전통시장에서는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견과류와 꿀을 시식할 때 까지는
땀으로 배출되어 참을만 했는데
식당까지 가는 길에는
한참
숫자를 헤아려야 했다.
샤슬릭(필라프)라는 전통음식을
앞에 두고
화장실을 갔는데
줄이 많이 서있었다.
우리나라 가든처럼
실외에도 좌석이 셋팅되어 있을 정도로
손님이 많은데
이 많은 사람이
200원 씩 화장실을 이용한다면
그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30년 전에도 받았고
지금도 받는 것 같았다.
식사 후 고개를 들어보니
375미터 짜리 타슈켄트 TV전망대가
여기 화장실은 무료인데
입장료가 화장실 요금이 100배가 넘는다고
미소짓고 있었다.
우즈벡 화폐 숨(UZS)의 의미가
<순수>라고 하는데
화장실 앞에서
우리들은 순수할 수 밖에 없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골프장이 딱 1개 밖에 없다.
인구가 3700만명이고
58년 개띠처럼 매년 인구가 100만명 씩
출생하는 데
타슈켄트에 위치한
‘레이크사이드 골프 클럽(Lakeside Golf Club)’이
유일한 정규 18홀 골프장이라고 하니
이해가 안되었다.
타슈켄트 근교의 로하트 호수를 따라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는 데
이번에도 갈 수가 없었다.
이번 방문 목적이
순수(?)한 마음으로
K-Pop Contest를 진행하여야 했기에...


골프 버킷리스트 중 상단에 놓여 있는
트리니티클럽cc를 가기 위해서는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눈이 너무 와서 휴장하는 바람에 못가고,
두번 째는 강의를 휴강까지 공지했는데
비가 와서 못가게 되자
은근히 화가 났다.
너 아니면 못가냐는 오기가 생겨서
3개월 동안 절치부심한 끝에 가게 되었는데
8월이고
시간대도 10시 였다.
4시간을 꼼짝없이 태양에 갇혀서
라운딩할 생각에 걱정도 되었지만
극한 호우가 없기만을 기다렸기에
감사했다.
'트리니티(TRINITY)'는
라틴어 'Trinitas'에서 유래해
'셋이 하나로 모여 완전함을 이룬다'라는 의미를 담은 단어인데
트리니티 클럽cc는 무엇을 담았을까?
뒤늦게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회원이 아니면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ㅠ
고객이 아니고 회원 중심의
트리니티클럽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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