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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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미친 짓

날씨 요정

by 세월김 2025.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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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을국화가 

계단에서 인사를 한다.

 

나트랑 졸업여행을 떠나기 전 

쌀쌀해진 날씨에

홀로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아마도

가을이 떠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국화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우리들의 가을을 지켜주려는

작은 배려(?)가 아니었을까?

 

누구인지 모를 배려를

가슴에 안고 

찾은 나트랑은 아직 우기(期)가 끝나지 않았다.

 

작년에 비해 2주 정도 일찍 날짜를 댕긴, 

졸업여행 길라잡이의 실수이자

날씨요정의 질투였나?

 

선발대가 보내온 

나트랑의 야경을 볼 때까지는

설마 비가 올까 하는 걱정보다는

전체 52명이 잘 도착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날씨 요정을 찾지 않았다. 

나트랑 하바나호텔 33층에서 바라다본 야경

 

둘 째 날 다이아몬드 베이cc는

비가 오기 전

바람 한 점 없는 습한 날씨 덕분에

온몸이 땀에 젖었다.

 

후반은

약한 스콜 덕분에 시원했고

마지막 몇 조는 살짝 비에 젖었지만

클럽하우스에서의 점심은 맥주처럼 달콤했다.

 

라운딩을 마치고 마사지 삽을 지나

짝퉁샵에서 브라더와 포즈를 취하고

빈약한 씨푸드로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날씨는 여유로웠고

날씨요정을 떠올릴 여유가 없었다.

나트랑 짝퉁샵에서

 

셋째 날,

새벽 4시부터 시작된 비는

골프장으로 출발하는 7시20분까지도

세차게 내렸다.

 

취소 여부는 

골프장에 가서 결정해야 한다는 답변만큼이나

축축했는데 

버스 안에서 졸다 내려보니 비가 그쳤고

산뜻하게 바람이 반겨주었다.

 

바닷가 링크코스로 이어진

KNcc(KN Golf Links)는 

한국의 스카이72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비가 그쳤다는 놀라움에

보이는 것 모두가 경이로웠다.

 

전설적인 골프선수인 그랙노먼이  설계한 

KNcc는

나트랑 깜란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2018년에 오픈한 뒤 큰 주목을 받은

명문 골프장이었다.

그래서인가 그랜노먼의 상징인 백상어로

티마크를 만들어놨고, 

스타트가 하나의 길로 시작해서

Out코스와 In 코스 2개의 코스가 나누어져 있기에 

전혀 27홀이라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특히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사토 토양 위에 세워진 코스 덕분에

젖은 느낌이 안들 정도로

페어웨이가 산뜻하고 양탄자처럼 폭신했다.

 

단체팀이기에

클럽하우스의 엔틱한 분위기도 느낄 수 없었지만

락커는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결과적으로 

나트랑에는 4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 중에서 

해변과 산이 만나는 전략적 링크스 코스인 나라빈티엔cc와

그랙노먼이 설계한, 링크스 코스(18홀)와 오아시스코스(9홀)로 

구성된 27홀의 KNcc가

평판이 제일 좋다는 것을 갔다와서 알 수 있었다.

 

나트랑에서의

첫 날은

도착해서 이것저것 정리하다보니

새벽 2시가 넘었고 

둘 째 날은

국감으로 하루 늦게 도착하는 

후발대를 기다리다 카지노에서 밤을 새웠다.

 

우리가 머문 하바나호텔은

1층에 

카지노가 있어서 

새벽 4시까지 원우들이 밤문화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장소가 되었다.

 

12시 경

신회장이 어깨를 툭치면서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머신 한 곳에서 있으면 

잭팟이 터지겠냐고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고 떠났고,

새벽 2시 경

나트랑 유일의 해변가 클럽과 하바나호텔 43층 루프탐에 위치한

<스카이 나이트>에서 한잔 걸친 원우들이 카지노를 방문했다.

 

이대표가 

머신에서 한 방에 500불로 980불을 터트리고 

나의 머신에 200불을 넣어주고 떠난 후

후발대 4명이 도착했고,

전 날 송대표님의 배려로 예약했기에

마지막 1명이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로 잘 도착했는 지?

첫 날 싱글방이 비어서 트윈 룸에 묵던 탁총무에게 건넨 

싱글방 키가 잘 전달되었는 지?

프론트에 확인하다 보니 

비오는 새벽 4시를 무심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라운딩을 해야 하는 데

비가 오다니 

머신 앞에 쭈그리고 있던 나처럼

오늘이 한심해 보였고 날씨요정이 미웠다.

 

항상 새벽 3시까지

밀린 일도 하고 영화도 보고 잠에 들다보니

잠이 오지 않았고,

오사카 졸업여행 때 마지막 날 6시에 출발하는 데

6시30분에 눈을 떠서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친 덕분에

잠들면 못일어날까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학회지 논문 모집 현황을 체크하고

추계학술행사 발표를 요청하고

12시부터

이 글을 시작했는데

새벽 3시 51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습관은 정말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2021년 한국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카카오 김범수회장이 

"나는 지금 돈 버는 것에 관심이 없어!!

내 관심은 카카오 톡이 전 국민의 습관(慣)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게임의 룰이 바뀌게 되는 것이기에" 라고 했는데

전혀 다른 관점이 성공의 시작이 된다는 점에서

어떻게 바라다보느냐가 참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습관(慣)이 성공의 Key가 될 수 있기에

습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습관은 좋은 습관이라고 하기보다는

나쁜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KNcc에서의 라운딩은 깔깔했다.

 

신회장과 이부사장 그리고 젊은 박본부장으로

편성된 2조에 내가 있었다.

한국에서 조편성할 때는

첫 날에 몸을 좀 푼다음에 둘 째 날에 한 판 붙어도 될 것 같아서

2조에 넣었는데

비가 말끔하게 개일 줄도 몰랐고

밤을 새울 것이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않았다. 

 

그나마 

나에 대한 배려(?)로 핸디를 3만원 씩 준다고 했는데

우겨서 3명에게 각각 10개 씩 5만원을 받기로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네번 째 홀 Par4는 헤저드를 끼고 평평한 탓

길게 느껴졌다. 

 

티박스에서 티를 꽂는데 자꾸 공이 떨어졌다.

몇 번 실패하는 데

신회장이 옆에 와서 "아니 그것도 제대로 꽂지 못하냐"고 하길래

웃음을 꾸욱 참았는데

한술 더 떠서 이부사장까지 옆에 와서 티를 다듬어 주면서

"그래서 어떻게 서냐"고 하는 바람에 빵 터졌다.

웃다가 티샷이 훅이 나서 헤저드 쪽으로 떨어졌는데 

몽골족의 눈을 닮은, 젊은 박본부장이 헤저드라고 

일언지하에 얘기하는 바람에 속이 철렁했고

사방이 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롱펏이 빨려들어가 더블 보기로 막았지만

후반 17번 홀의 악몽을 쫒을 수가 없었다.

 

16번 홀부터 마지막 3홀은 쭉 펴서 가자고 하더니만

캐디가 공보다 넘 멀지깜치 마크를 놓은 바람에

먹갈치에서 살짝 벗어났다고 오케이를 못준다고

3명이 웃겨서 돈도 못받고 

17번 홀 세건 샷이 훅이 나서 모래 언덕에 앉아 있었다.

 

모래 언덕 위에서 바라본 그린(Green)은

막막했다.

마치 초원에 놓여진 오아시스처럼 벙커가 놓여져 있었고,

2명이 세컨 샷에 벙커에 빠져서 위안을 삼아

유틸리티로 셔드샷을 날렸는데

옆에 있는 젊은 눈이 러프로 빠졌다고 한다. 

분명 그린 오른 쪽으로 잘 떨어졌는데....

 

가보니까 

그린 옆 러프와 페어웨이 사이에 

물길을 만들어놓은 고랑이 있었는데

그 안에 공이 있었다.

 

어프러치를 뒤로 빼서 공을 맞추어야 하는 데

채가 뒤로 갈 여유가 없어서 

이걸 어찌 치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냉냉했다.

 

결국 삑사리가 나는 바람에 

황망해서 여섯 번 째 샷도 망가지고

7번 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오케이는 9번 만에 

허락을 받아서 Par5 롱홀을 4오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핸디로 받은 15만원 중

7만원을 남겼는데

핸디를 회수 못했다는 2명의 원망을 그대로 반영해서 

죗값(?)을 치르고 나니 주머니가 비었다.

 

나중에 신회장 왈,

그 때는 인공 장애물이니까 

한 클럽 옮긴다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고 해서

더 쓸쓸하고 얄미웠다.

 

새삼 골프 인생 25년 만에

네이버에게 인공장애물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골프에서 인공장애물은

인공적으로 설치된 모든 구조물로,

플레이에 방해가 되면 무벌타로 구제받을 수 있다 라는

정의에도 불구하고

동반자들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룰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맛없는 김치찌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둘 째 날

호텔에서 만찬을 하면서

건배사로 날씨요정을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입이 방정이라고

날씨요정은 찾아오지 않았다.

 

1기는 북경 중관촌으로,

2기는 해외 여행 대신 속초로, 

3부터 5기까지는

세계빅데이터박람회 때문에

마오타이의 원산지인 귀주성을 방문할 때만 해도

크게 날씨에 의존하지는 않았다.

특히 6기부터 8기까지는

팬데믹으로 제주를 찾았지만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기에

날씨 요정보다는 감염 요정이 더 필요했다.

 

본격적으로 날씨요정을 찾게 된 것은

9기 한마음골프대회때 였다.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포천시 몽베르cc에서 라운딩하고 만찬을 하는 데

갑자기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에 

다들 황당하게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날씨요정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 뒤부터

날씨 요정은 원우들이 붙여준 애칭으로 자리잡았다.

 

작년, 10기 강릉 워크샵에서도

전 날까지 비가 오다가

아침에 맑게 개여서

정말 날씨 요정은 있을까에서 있구나 싶었다.

 

그랬던 날씨 요정의 마술이

둘 째 날 절정을 이루더니만 

셋 째 날은 풀렸는 지 아침에도 그칠 줄 몰랐다.

 

엎친 데 겹친격이라고

행사로 호텔 앞 도로를 통제하는 바람에

비에 젖지 않으려고 가방을 끌어안고 걷다가

오른 쪽 무릎 쪽에 통증이 와서 기분이 영 꿀꿀했다.

 

빈펄cc로 가는 길은

낭만적이라기 보다는 만사가 귀찮았다. 

 

비가 오는 우중(中) 골프는 

시작부터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버스타고

배타고

빈펄cc 클럽하우스까지 가는데

기분이 갑갑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비가 와도 목장갑을 준비하고

신문지에 채를 둘둘 말아서 미끌어지는 것을 

방지했는 데 

어느 새 비가 올 떄는 라운딩하면 안되고

샷 감각을 버리기 충분하니까 취소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골프 입문자에게  강조했는데

빈펄cc 라운딩은 진퇴양난(退難)이었다.

 

빈펄 그룹은

18년 간 개발 끝에 

베트남 전국 17개 성 및 도시에 45개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18,500개 이상의 객실과 빌라, 3개의 테마파크, 2개의 놀이공원,

2개의 동물 사파리, 4개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베트남 환대 산업의 선두 주자라는 명색이 

비에 가려 침침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취소하자는 말도 없이

우산을 쓰고

걸으면서 배를 타면서

웃음꽃을 피우는 원우들이 내심 고마웠다.

 

샷건(Shot Gun) 방식이라서

몇 번 째 홀을 돌고 있는 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잠시 비가 그치기도 했지만

꾸준히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다.

 

눈가에는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정도

흐르는 물기를 닦아내고

연신 질퍽한 페어웨이를 걸으면서도

굿~샷을 외쳐주는, 

몽환의 7조로 함께해 준 동반자들 덕분에

무사히 라운딩을 마칠 수 있었다.

 

누군가 

나트랑에 가면 라운딩 도중에

망고를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10월 말의 망고는 

다 떨어지고 

파란 색만 몇 개 남아서 

집나간

날씨 요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빛바랜 우리들의 라운딩을 비웃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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