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다낭은
A. Canalys FORUM 2025에 참가하기 위해서
찾았다.

2024 Omdia에 편입된 Canalys는
스마트폰·태블릿·PC·웨어러블 등 다양한 IT 기기와
산업 분야의 시장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분석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미국의 시카고에 이어
베트남 다낭에서 2025년은 정리하는 행사인 것 같았다.
우연히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다낭(Da Nang)이 가고 싶었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에
어느 덧 익숙해져서
난관(?)을 극복하고
추계학술행사로 찌든 마음을 툴툴 털어버리고자
곽전무랑 같이 다낭으로 떠났다.
너만 가니
가고 싶어하는 너를 두고
어쩌다 가는 다낭(Da Nang)
둥둥 떠다니는 섬 사이로
자꾸 떠오르지만
혼자라서 그런가 모두가 그립습니다.
한여름 소금꽃 털고
막걸리 한 잔 하면
너에게 돌아와 이야기를 풀고
또 떠날지 몰라
너의 목소리에 기대면 다낭입니다.
코로나 등쌀에
다낭의 밤도 잠들다
인기척이 없으면 먼저 가세요
다낭과 함께 좀더 자고
열대 과일로 정오(正午)를 먹고
그늘도 없는 황량한 링크스 코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3년 전,
다낭을 향할 때는
8월의 더운 여름이라 그런가 목덜미의 소금꽃을
털어가면서 찾았는데
첫 추위를 피해서 어렵게 만난 다낭은
태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베트남에도 기후변화가 찾아왔나?
신라호텔 모노그램 다낭에서 체크인을 한 뒤
점심 대신 낮잠을 자고
파도 소리에 바다를 바라보면서
꿈꾸던 다낭에서 깨어났다.
저마다 사람들은 반바지를 입었지만
태양이 없는 반바지는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야자수 잎으로 스산한 바람이
야릇하게 얼굴에 묻어 아쉬워서 기다려 보지만
살갗을 태우는 여름이 없었다.
그래서
다낭(Da Nang)에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크라운호텔 카지노로 갔다,
입구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데 아뿔사 여권을 코트 윗 주머니에 놓고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시 호텔로 가야 했다.
곽전무는 카드까지 발급받았는데
혼자서 가려고 하니 뒷통수가 따끈했지만
난생처럼 그랩(Grap)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는
기쁨에 잊어버렸다.

저마다 카지노에 앉으면
짧게 기대를 한다.
잭팟(Jackpot)까지는 기다리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와 아쉬움에
소음이 높아진다.
기대감에 눈이 아프게 화면을 바라보다
재수없는 머신을 만나면 입이 거칠어진다.
잭팟은 커녕 본전이라도 찾고 싶어
팔목이 아픈 것도 참고 슬롯머신을 두들겨봐도
기계는 냉정하고,
결국 슬픈 현실을 인정하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았다.
왜, 나에게만 아픔을 줄까?
무엇이 카지노를 찾게 만들었을까?
욕망이란 이중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서
아니 예쁘게 포장한 꿈을 찾기 위해서
스스로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올 수 없는 상황 앞에 자신을 내세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머신에 앉았지만
1시간도 안되어서 300불을 잃고
옆자리로 옮겼는데 거기서도 300불을 잃었다.
씁쓸한 표정으로 또 한번 옮겼지만
이번엔 78불 짜리 빌(Bill)지가 안먹혔다.
소통이 안되는 지배인에게 실망을 하고
아픈 마음으로 화장실을 갔다가 오면서
비어있는 머신에 앉았는데
이 머신에 갑자기 화색이 돋아나는 지
갑자기 1200불 짜리가 터졌다.
속으로 뿌뜻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여유롭게 자동으로 머신을 돌리는 와중에
옆자리의 샐러리맨이 2000불짜리 잭팟을 터트렸다.
여행객 같지는 않았다.
말끔하게 양복을 입고 시간이 없다고 이쪽저쪽 옮겨다닌 것
같았는데 아직도 안갔나 싶었는데....
"이 머신 엄청 넣고 갔다고 한번 해보면 터질 것" 같다고
샐러리맨 지인이 알려줘서 앉은 것 같은데
잭팟이 터지다니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여기가 다낭이 아니고 강원랜드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6시간 만에 잃은 돈을 만회하고
3백불 정도 따서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카지노를 한바퀴 돌았다.
12시가 넘었는데도
바카라(Baccara) 테이블과 블랙잭(Blackjack) 테이블은
비명소리로 대낮처럼 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슬롯머신으로 향하는데
유별나게 딱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다
호텔로 들어가야지 하면서
50달러 지폐를 슬쩍 넣었는데 홀라당 삼겨버렸다.
지갑에서 1장 남은 50불 짜리를 넣고
두어번 버튼을 두드리는 데
갑자기 머신이 움직이지가 않았다.
고장이 났나 싶어서 지배인을 부르다
기계를 다시 봤는데 머신의 숫자가 바뀌었다.
5800.00
실감이 나지 않아서
한참을 천장을 보면서
별처럼 빛나는 잭팟의 숫자를 적어보았다.
Silver JACPOT이 500불
JADE JACPOT이 5,000불
PEARL JACPOT이 12,000불
GOLD JACPOT이 50,000불
그중에서 두번 째인 JADE JACPOT이
나에게 왔다.
옆자리 아줌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잭팟이 터진 줄 몰랐다.
잭팟이라고 하면
화면에 동전이 마구 굴러떨어지고
요란하게 팡파레가 울려서
깜짝 놀라게 만들 줄 알았는데
너무 허무하게 터지니까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잠깐 숨을 쉬어봤다.
가방 속에 넣어둔,
누군가에게 존재하는 파랑새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 날라왔다.
사실 다낭(Da Nang)은
카지노보다는 세계 100대 골프장이 있다는
여행사 대표의 말에 혹해서
코로나가 심했던 2019년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공항에서 컴컴한 시골길을 따라 1시간 넘게
달려서 만난
호이아나 쇼어스 GC(Hoiana Shores GC).

중국의 춘성cc를 설계한
영국의 유명한 골프 디자이너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가 독특한 지형을 활용해
호이아나 리조트 일부로 설계했기애 규모가 웅장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호이안 올드타운과
불과 약 8km 떨어져 있어서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나가기 싫은 곳이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모래 언덕으로
길게 이어진 코스가 바다와 만날 때는
흘린 땀보다 더 상큼한 기쁨이
입가에 맺게 되는 아주 인상적인 골프장이었다.
한국의 골프장처럼
9홀 끝나고 쉬다가 후반 9홀로 이어지는
레이아웃이 아니고
33도의 뜨거운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
소금 공기를 마시며 달랑 그늘집 한 곳만 들렸다
첫 홀에서 18홀까지 쭉 이어진 코스를
라운딩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흐르는 땀을 옷깃에 가득 채운 채
고갱의 그림이 어울릴 것 같은
클럽하우스에서
자연 그대로의 해변을 감싸고 있는
링크스 코스가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떠올랐다.

호이아나 리조트 단지 안에
뉴월드호텔과 비리조트, 레지던스 그리고 베트남에서
2번 째로 큰 카지노가 있다보니
한번 들어오면 3박5일이 그냥 사라졌다.
좀 지루하다 싶으면 근처의 호이안(Hoi An)에 가서
바구니배도 타고
15세기 베트남 개항 시 독특한 양식을 그대로 보존한
호이안 올드타운의 중국과 일본 거리를 걷다보면
영화 <인도차이나 Indochine, 1992>가 발에 걸린다.
곳곳에 베트남 예술가들의 혼이 담은 예술품들이
크리스탈 샹들리에와 함께 웅장한 느낌을 주는
호이아나(Hoiana) 카지노는
140개 이상의 테이블과 200대 이상의 슬롯머신이
활기찬 기회를 선사한다고 하지만
가능성의 맥박이 슬롯머신에서는 멈추게 된다.
왜 그럴까?
테이블 게임과 다르게 슬롯머신은
수시로 회전이 되어야 하는 데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관광객이 드물기 때문인 것 같았다.
팬데믹 이전에는 다낭의 한국인 가이드가
500명이 넘을 정도로 호황이었고
그 많은 가이드의 인솔 하에 관광객들의 호주머니에서
카지노 체험용 100불이 슬롯머신의 먹이가 되었는데
다낭 시내에서 1시간 떨어진 호이아나 카지노는
200대가 넘는 슬롯머신의 30%만 반짝거리다보니
잘못 앉으면 죽음의 계곡에 들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사업화 단계에서 좌초하게 되는
스타트업처럼 승율이 확연히 떨어지게 된다.
결국 다낭에서의 첫 카지노 경험은
짜릿한 기대감만큼이나 상실감을 잔뜩 안겨준 채
쓸쓸하게 기억의 저면에 자리잡게 되었다.
화향백리 花香白里
주향천리 酒香千里
인향만리 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 리가고, 술 향기는 천 리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데
돈의 향기는 얼마나 갈까?
다낭 시내에 와서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담배를 한 대 피우는 데
서울에서 후배가 전화가 왔다.
다음 주 목요일까지 2천만원이 필요한데
형이 천만원만 만들어달라고....
아무에게도 말을 안했는데
다낭에서의 잭팟 소식이 어느 새 서울까지
날아가다니 돈의 향기는 만리 이상을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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