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필드cc
꽃잎이 이리쓸리고 저리쓸리고 춤을 추다가 꽃비가 내린다.
새순이 돋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하늘거리는 라일락향을 쫒다보니
떨어진 꽃잎을 이고
연산홍이 발그스름하게 고개를 든다.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데
아직은 멀어서 나를 깨우지 않는 라일락 향( 香)이 화사해서 저녁 먹으러가는 길에 반가웠다.
라일락으로 삼행시를 지어보려다 "락"에서 막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갑자기 일동레이크cc 옆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 '락가든'이 떠올랐다.
라일락 향이 가득한 사월에
일을 잠시 멈추고
락가든에 가서 라운딩을 하면 어떨까?
"락"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없어서 고민하다 작년 이맘 때 락가든을 간 적이 있어서 그런가 얼른 떠올렸다. 그리고 작년에 같이 갔던 후배 부부에게 락가든 삼행시를 올렸더니 인상적이다, 센스가 있다고 해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일요일, 점심으로 우렁된장쌈밤을 먹은 뒤 열무김치를 담고 싶다는 집사람을 따라 농협에 가서 열무를 4단이나 샀다. 열심히 다듬고, 저리고, 버무리는 집사람 옆에서 누워있다가 오른 쪽 골반이 아파서 어정쩡한 자세로 뒤척이고 있는데 후배에게서 톡이 왔다. 5월5일 락가든을 예약했다고... 안그래도 허리 협착증이 심해서 통증이 골반까지 내려가서 다리가 뻐근한데 라운딩을 해야 할까 싶었다. 요 며칠 약을 먹으면 좋아지다가 저녁이 되면 통증이 다시 시작되고, 그 덕에 밤새 잠을 못잔 뒤 새벽이나 되어서 잠드는 나의 모습이 불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도 특강을 갈 것인가, 아니면 월례회를 참가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허리 때문에 특강을 선택하고 골프를 아쉬워했다. 생각해보니 작년 11월 말에 골프 납회를 한 뒤 6개월 만에 라운딩을 갔을 때도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했었다. 봄이 오면서 허리가 더 약해진 것 같아 걱정을 넘어서 우울하기도 했다.
18년 전 골프장 후기를 들여다 보고 깜짝 놀랬다. 오전에 리츠칼튼cc에서 라운딩하고, 오후에는 여주의 캐슬파인cc을 찾아서 하루에 36홀을 거뜬하게 라운딩했었는데, 지금은 살살 핑계를 대기에 급급했다. 일단 거리가 짧아지니까 동반자들과 마을 버스 한 정거장 거리 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시니어티로 가서 하면 되지만 어느 골프장은 시니어티가 없기도 하고, 어느 골프장은 화이트 티와 별 차이가 없었다. 만약 여성 동반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화이트 티와 시니어 티 그리고 레디 티까지 티박스를 3개나 사용해야 하기에 꾹 참게 되니 춥거나 더운 날은 골프장을 피하게 되었다.

어제는 렉스필드cc를 갔다.
지금은 광주-원주 고속도로가 개통되어서 곤지암IC까지 가지 않고도 렉스필드cc를 갈 수 있지만 2008년만 해도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곤지암IC로 나간 뒤 3번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3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제일 먼저 오른 쪽에 곤지암cc 가는 길이 보이고 직진하면 애경그룹에서 운영하던 중부cc가 나타난다. 지금은 더 시에나 서울cc로 변경되었지만 중부cc 가기 전에 좌회전을 하면 경기샹그라cc를 갈 수 있는데 이 도로가 98번 국도이다.
98번 국도에 접어들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경기샹그릴라는 진짜 이름이 많이 바뀐 골프장 중 하나인데, 경기cc에서 경기샹그릴라cc로 그 다음에는 큐로cc로 변경한 뒤 블루버드cc를 거쳐 현재의 로제비앙cc로 운영되고 있다. 골프하우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인코스와 아웃코스가 펼쳐진 코스를 카트없이 모노레일로 경기를 진행하는 곳이었다. 부도난 뒤 회원들끼리 운영하면서 그늘집에서 김밥이나 먹거리를 무료로 주어서 기억이 남았는데 몇 차례 홍역을 겪은 후 클럽하우스도 수리하고, 카트도 도입하였다.
골퍼들에게 바쁘거나 티업 시간에 촉박할 때 반드시 만나게 되는 화물차 역시 98번 국도에서는 애물단지다. 트럭을 따라 한결 더 길어보이는 98번 국도를 따라 여주 쪽으로 가면서 고개를 넘다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 쪽은 남촌cc와 그린힐cc를 만날 수 있고
왼 쪽으로 가면 이스트밸리cc와 렉스필드cc 더 나아가 이포cc가 나온다. 블루헤런cc 역시 이 길로 쭈욱 가면 만날 수 있고, 양평TPC 역시 이포대교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
남촌cc는 3월에 갔지만 꽃샘추위 덕에 움크리고 라운딩한 탓인지 경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진눈깨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그린의 푸르름이 아직도 눈가에 어른거릴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나고 그 뒤로도 몇 번 가보았지만 명문 골프장이기에는 너무 소박하고, 코스도 평탄해서 부담스럽지 않은 골프장이었다.
그린힐cc는 동호회 월례회가 이루어진 곳이라서 초보 때 참 많이 갔었다. 신안그룹이 운영하는 108홀 중의 하나인데 남촌cc와 바로 이웃사촌이면서도 회원가가 약한 이유가 일차적으로 회원도 많지만 단순한 코스와 상업적인 골프장 운영 탓일 것 같았다. 납회를 한 하면서 클럽하우스에 놓고 온 골프화가 생각나는 골프장인데 지금 가도 있을까 모르겠다.
이포cc는 금사호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숲과 호수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회원제인데 개인적으로 늦잠을 자서 전반 끝날 때 도착했던 아픔 기억이 있는 골프장이었다.
이스트밸리cc의 안내문은 마치 커다란 비석처럼 98국도 바로 옆에 세워져 있어 그 도로까지 이스트밸리cc 소유처럼 느껴지지만 한참을 들어가야 진짜 진입로가 나온다. 우연하게 골프 프라자에서 부킹이 되어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왔다. 한번 더 가보면 특히 가을에 가면 무척 좋을 것 같은 느낌의 골프장이기에 아쉬움을 간직했지만 그 뒤로 안쓰러운 아쉬움을 사라졌다.
이스트밸리cc를 지나 언덕을 넘으면 좌측으로 렉스필드cc 진입로가 보인다. 웅진그룹이 모기업이기에 골프장에 물로 이루어진 헤저드가 많고, 골프장 내의 경치를 모아서 렉스필드 8경이라고 명명한 독특한 골프장인데 코스 레이아웃은 평균 이상일 뿐이었다.
보통 명문 골프장의 변별 기준으로 우선 치는 것이 18홀인데 가평베네스트cc와 이스트밸리cc 그리고 렉스필드cc는 27홀을 보유하고도 명문이 되었다.
왜 그럴까?
우선 회원을 철저하게 소수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가평베네스트cc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많은 회원권을 모기업이 보유할 정도로 회원관리가 철저했기에 국내 회원가 1위를 기록하였다. 사실 한국에서 명문 골프장의 1차적인 조건이 회원가격이란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에 더 그렇다. 렉스필드cc 역시 개장 4년 차인데도 불구하고 명문으로 우뚝 서게된 것도 회원관리를 바탕으로 한 회원가 상승이 주요인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렉스필드cc가 매물로 나와도 선뜻 구매자가 없어서 애물단지로 남아 있지만....
렉스필드cc는 3번 째 방문하게 되었다. 첫 번 째는 친구에게 부탁해 회원 없이 왔고, 두번 째는 오늘 초대한 기업체 사장님의 주선으로 왔다. 이번이 세번 째인데 차이가 있다면 은화삼cc에서 싱글을 기록한 이후 두번 째 방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싱글한 이후 서원밸리cc에서 망신을 당하고, 렉스필드cc까지 연속으로 싱글에 먹칠을 하게 되었다.
명문 골프장이 좋은 점은 그린(Green)이 엄청 빠르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싱글이란 타이틀 땜시 3번 째 홀까지 땅볼,훅,헤저드 가리지 않고 티샷이 지 맘대로 날라갔다. 너무 남사스러워서 채 놓고 도망칠려다 아이언이 조금 불붙고, 5번 우드로 쪼루난 드라이버를 복구하면서 투온한 것이 2,3번 되다보니 여유가 생겼다.
첫 홀에서 원치않던 파를 하고, 두번 째 홀 까지만 Par로 적어줄테니 싱글 다시 해보라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세번 째 Par3에서 자력으로 Par하고 좀 버티는가 싶었는데, 네번 째 내리막 백조의 홀에서 백조를 만나고자 물에 그만 풍덩하더니만 세컨도 빠졌다.
네 번 째 홀에서의 더블보기를 연속으로 파로 만회하고 맞이한 7번 홀. 170야드를 엄청 잘쳤는데 조금 짧아서 그만 검은 모래에 빠져 헤매다가 더블보기를 기록하였다.
후반은 마운틴 코스인데, 첫홀과 4번 째 홀이 가장 어려웠다. 첫홀은 파4이면서 헤저드를 중간에 끼고 있었고, 그것을 통과하면 그린이 레이크 첫 홀 그린과 같이 연결되면서 아주 날카로웠다. 4번 째 홀은 거리가 일단 길어서 쓰리온이 버거웠다. 후반은 정말 스킨스를 비겨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다 잃고, 서너 번 반복하다보니 다 지나갔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 한 번 해서 빗 갚으려다 그만 티샷이 숲으로 들어가 허무하게 승부를 놓쳐버렸다
마운틴 코스 9번 홀은 내리막이기에 잘 맞으면 도로를 타고 행운의 이글을 하기 좋은 홀인데, 정말 아쉬웠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안양cc와 이스트밸리cc 그리고 남촌cc도 한번 더 가고 싶고, 안가본 남부cc와 곤지암cc 그리고 일동레이크cc도 가고 싶다. 제이드펠리스cc는 더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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