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컨트리클럽
IMF 직전, "베네스트"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안양베네스트cc로 이름을 바꾼 뒤 1997년 세계적인 골프 설계가 Robert Trend Jones Jr의 코스 리뉴얼을 통해 투그린을 원그린으로 변경하고,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코스로 거듭 탄생하였으며 2013년 "안양컨트리클럽"으로 명창을 재 변경하면서 클럽하우스 리뉴얼과 코스 디자인을 수정하였다. 내가 첫 방문할 때가 2006년이었으니 그 때는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이었다. 안양컨트리클럽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빠른 그린 스피드였다. 최소 3.0 이상의 스피드를 유지하는 그린은 가끔 구겨져 있으면 정말 맥을 못추게 된다. 빠른 스피드의 그린(Green)에 이르기 전까지 국내 최초로 '안양중지(安養中芝)'를 골프코스에 적용하여 골퍼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안양컨트리클럽이 개발한 '안양중지(安養中芝)' 는곧게 서는 힘이 좋아서 잔듸의 밀도가 조밀하게 만들어 볼이 바로 서기 때문에 샷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잔디로 평가받고 있다. 50년 넘게 가꾸어 온 홀(Hole) 별 수목과 초화의 특징은 동양의 모자리자 같은 전경을 만들었으며 골프의 다양한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골프장이자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이렇게 소중하고 멋진 골프장에 가기 전, 한탄강에서 래프팅하다가 다친 오른 손 중지를 일 주일도 못 참고 강남300과 은화삼에서 혹사시켰더니 퉁퉁부어서 통 연습을 하지 못했다. 나름 안양을 가기 위해서 고수를 초대해 라운딩을 했지만 숏홀,미들홀,롱홀 연속 3버디라는 사이클링 버디(Cycling Birdie)라는 희안한 광경을 보고 기가 죽어 쓸쓸함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결국 전날까지 UFC 보면서 잠못이루다가 아침에 깜박해서 6시30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7시에 눈을 떴다. 슬그머니 뿌리는 비만치나 점점 많아지는 차량행렬에 마음은 타고, 스트로크(Stroke)하기로 한 김교수님와 초대받은 홍교수님은 일찍 왔는데 차는티옵 10분 전에야 도착했다.
9시 20분 티업
퍼터라도 한번 잡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예인 한 팀이 우리보다 뒤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이번에 부킹한 교수님의 입을 빌리지 않고, 캐디의 말에 따르면 요즘의 안양은 예전의 안양이 아니라고 한다. 노인들보다는 젊은이들이, 삼성 임원들보다는 연예인들이 많아진 오늘의 안양컨트리클럽.
가금씩 기차도 다니고 맨발로 담그고 싶은, 깨끗하게 관리되는 헤저드(Hazard)에서 감탄도 하고.... 홀인원 기념식수가 아름드리 큰나무가 되어 물끄러미 바라보면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기에 찾고 싶은 안양컨트리클럽.
2층 식당입구에서 만난, 아직도 쟁쟁한 삼성 구조본의 임원들의 이름이 안양베네스트의 운영위원임을 알릴 때 그리고 잘나가는 재계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홀인원 보드가 점잖게 우리를 응시하고 있을 때 나는 잠시 내 복장은, 내 매너는 너무 가벼워져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바램일지는 모르지만 대중적인 것과는 좀 다른 무엇을 안양에서 맛보고 싶었으나 리필안되는 오미자 쥬스처럼 딱딱한 상혼이 안양에도 곳곳에 뿌려져 살짝 슬프게 하는 것 같았다.
아웃코스 첫홀은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서 고목에 들어가 한타가 줄고, 벙커에서 또 한타가 줄어 간신히 제주도 4온을 하였지만 퍼터로 막아서 더블보기를 했다. 두번 째 홀은 안양에서 뭔가를 기록해야한다는 심적 부담감 때문인지 고개를 들어서 한 타를 날렸다. 게다가 다시 친것이 고목을 맞고 거꾸로 날아와 페어웨이에 안착하는, 별 거 다 보여준다는 동반자들의 냉소를 들으면서 우드를 치지만 고개를 들고 쳐다볼 수가 없었다. 가신히 더블보기를 하면서 퍼터 하나는 그래도 잘 맞는 구나 하는 안도감에 안양중지가 좋은 것인지 생각도 안하고 머리를 박고 열심히 라운딩한 덕에 보기 행진을 이어나갔다.
멋지게 드라이버를 보내고, 100야드를 남고놓고 퍼덕거리는 내모습과 버디를 보기로 만드는 안양의 그린 스피드는 어쩜 쌍둥이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더 실비오는 소리에 마음이 가라앉고, 전반이든 후반이든 항상 Par 3개, Bogey 3개, Double Bogey 3개로 마치겠다는 마음 속 다짐이 오늘은 맞아떨어졌는지 Par 2개, Double Bogey 2개에 Bogey 5개로 합이 45 개로 전반 홀을 아슬아슬하게 끝낼 수 있었다.
후반은 깔끔한 콩국수의 맛으로 출발했다가 기름기 쪽 빠진 삼겹살 맛으로 마치게 되었다.
여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정신력 때문에 퍼팅에서 무너졌고, 김교수님의 싱글을 위하여 소리내지 못한 구찌가 땀이 되어 눈을 가리니
버디와 파가 쉽게 나올 수가 없었다. 나 같은 90대 초반의 골퍼들에겐 Par3가 버디 만들기에는 딱 좋은데, 안양컨트리클럽의 Par3는 150야드 2개에 170과 180야드 각각 한 개가 있으니 그린에 온(On) 없이 플레이하기가 예사이고, Par 4는 가는 곳마다 그린 앞에 벙커가 기본이 3개가 있으니 세컨 샷에서 빠지기 일쑤고, 안빠지자니 쓰리 온을 쉽게 만들었다. 게다가 Par5 홀은 살짝 구겨진 그린 탓에 버디가 보기되기 참 좋게 만들었다. 안양의 전략적 코스 레이아웃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결과적으로 김교수님의 싱글만 남긴 채 18홀을 마치게 되었다. 아쉬웠지만 성적표는 오랫동안 남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싱글패에 동반자 성적도 큼지막하게 넣을 수 밖에 없기에....
탕안에서, 2층 식당에서 생맥주를 마시면서, 군포의 낙지집에서 생낙지를 안주로 소맥을 하면서 싱글한 교수님께서 싱글 기념으로 술보다는 9월에 다시한번 더 안양을 잡겠다고 하길래 마음 깊숙히 기쁨을 감추며 웃을 수 있었다.
나에게 골프(Golf)는 어떤 존재일까?
인생은 스토리(Story)의 연속이란 점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골프 역시 인생의 한 퍼즐(Puzzle)이지 않을까? 기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한 이야기 조각들을 만들어서 10년, 20년 뒤에는 콘텐츠(Contents)가 되는 골프. 프라이빗 골프장이 되었든 퍼블릭이 되었든 나름 골퍼(Golfer)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다채로울 수 밖에 없다. 오늘도 안양컨트리클럽에 온다고 리허설(?)을 열심히 했지만 그것이 독이 되었고, 상대적으로 안식년에 미국가서 구입한 20불 짜리 퍼터가 안양의 그린 스피드를 잘 따라 갈 지 누가 알았을 까?
가을에 안양컨트리클럽에 왔을 때는 무릅 관절이 안좋아서 라운딩 중간에 마샬에게 요청했더니 카트를 대절해주어서 그린까지 들어가는 혜택을 받았다. 또 2022년에는 원우들이 안양컨트리클럽을 가고 싶다고 해서 원우 중 회원에게 부탁해서 1팀을 주중에 부킹했는데 글쎄 원우 중 한 명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골프채로 캐디 가슴을 툭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잘아는 회장님을 소개받은 뒤 시간되면 가왕 조용필과 함께 안양에서 라운딩하자고 했을 때 과연 이루어질까? 반신반의했지만 콘서트 떄문에 바쁘다고 해서 콘서트에 가서 열심히 떼창도 따라 불렀는데 2년이 흘러도 아직 소식이 없었다. 만약 가왕 조용필 형(?)과 국내 최고의 명문 골프장인 안양컨트리클럽에서 라운딩을 하면 무엇을 해보고 싶을까? 아들 자장가로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너무 불렀더니 18번이 되었는데 골프장에서 노래 한 번 불러보면 어떨까? 서원밸리가 매년 그린콘서트를 개최하여 골프장을 좀더 대중에게 개방하는 이벤트를 한다는 데 작고 아담한 안양 그린 콘서트를 개최하면 어쩔까?
술보다는 훨씬 건전하기에 골프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골프는 스토리(Story)이고 콘텐츠(Contents)라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고민하게 만든다. 한 때는 윤은기박사의 골프 칼럼을 보고서 골프 산업의 국가 경쟁력과 골프 CEO 및 골프용품을 위한 상으로 <한국골프경영대상>도 만들었지만 정부 부처의 벽도 두터웠고, 골프 전문 방송사 섭외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통신사 데이터를 활용해서 축제를 분석하고, SNS 빅데이터까지 활용해서 골프장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면 좀더 수월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10여년 만에 안양컨트리클럽을 갔다 왔습니다.
명문 골프장을 예약하고자 6개월 전부터 애를 쓰신 김교수님 덕분에 갈 수 있었는데 어제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걱정이 앞섰답니다. 오전 12시 전에 비가 개인다고 했지만 8시35분 티옵이다보니 전반은 비를 맞고 라운딩해야 하나 싶어서 살짝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티박스 앞에서 기념촬영할 때 즈음 비는 서쪽 하늘로 떠나버렸습니다.
군포라고는 하지만 일산에서 중동을 거쳐 가야하기에 출근길과 상습 체증을 감안해서 새벽 5시 30분 쯤 서둘러서 나섰지만 100번 도로 부천 구간은 여전히 차량으로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이슬비는 내리고 차는 더디 가는데 고인을 모신 영구차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 옆에서 가는 길이 섭섭했던지 촉촉하게 젖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영구차가 지나가면은 고개를 숙이고 마음 속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라고 했던 아버님 말씀이 떠올라 인사를 드렸는데 계속 만나다 보니 이별도 친숙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시흥에 이르러서 뻥 뚫린 길처럼 막힘없이 편하게 가시길 바라면서 도착한 안양컨트리클럽.
명문 골프장처럼 발레 파킹을 해주었으나 클럽하우스 내부는 무늬목으로 치장을 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수수했답니다. 라커룸도 어둡지 않았고, 새롭게 오픈한 퍼블릭 골프장처럼 심플하고 단순하게 배치되어 있어 과연 내가 10여 년 전에 서너 번 왔던 곳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2층 식당도 수수한 인테리어 속에 테이블이 배치되어 뭔가 다르다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가격 대비 음식 맛도 영 아니었습니다.
안양컨트리클럽을 만들 때 삼성 이병철회장은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첫 째는 부드러운 흐름이 되도록 1번 홀과 10번 홀은 Par 5홀로 만들고, 둘 째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그린 스피드가 동일하게 유지할 것, 셋 째는 홀 사이의 거리가 걷기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할 것, 넷 째는 토너먼트 코스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코스가 될 것, 다섯 째는 코스 내에 꽃과 열매가 많이 열리는 나무를 식재할 것. 위 다섯가지 원칙 중에서 유일하게 변경된 것은 1번 홀이 Par 5에서 Par 4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원칙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는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첫 홀부터 핸디켑이 높아서 힘들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 새삼 안양컨트리클럽이 다정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안양컨트리클럽의 안양이 지명(地名)이라기 보다는 불교에서 나오는 안양정토(安養淨土)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미타불이 사는 정토(淨土)로 괴로움이 없고,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위하여 꾸며놓은 곳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오월의 녹음처럼 짙게 느껴졌습니다.
6번 홀 Par5는 호수를 건너는, 나무로 된 다리에 ‘연심교(蓮心橋, Lotus bridge)’라는 표식이 있어서 부처님 마음처럼 아름답게 핀 연꽃을 보고 평소 지친 심신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인데 비록 연꽃은 없지만 페어웨이 곳곳에 산딸나무꽃들이 반겨주었습니다.
한여름도 아닌데 습해서 그런가 땀을 많이 흘렸는데 더위를 달래 줄 얼음물이나 냉수가 없었습니다. 안양컨트리클럽은 전동카트가 없고, 반자동 카트이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소지품을 넣을 곳이 마땅하지 않았고, 갑자기 채를 바꾸고 싶어도 카트와 캐디가 멀리 있어서 미안했고, 잠시 쉬고 싶어도 쉴 곳이 없어서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 보니 후반에 가서는 페어웨이가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간밤에 내린 비로 그린(Green)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항상 친구처럼 놓여진, 그린 옆 벙커는 탈출하기 참 어려워 애를 먹었습니다.
티샷을 하고, 페어웨이를 나란히 걸어가면서 동반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골프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지만 그만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10년 넘게 재직한 캐디로부터 H도시락 이회장님께서는 요새 잘 안보이시고, 용필이 오빠는 주말 오후에 잊지 않고 라운딩한다는 예기를 듣고 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안양컨트리클럽에 가서 라운딩한 후기를 써서 보내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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