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7200억대 자산가의 극단적 선택,
결국은 돈이 문제라는 기사(記事)가 실렸다.
평생 써도 다 못 쓸 것 같은 돈을 가진 부자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하는 궁금함에 기사를
살펴보다가 맨 마지막에 소년등과(少年登科),
중년상처(中年喪妻), 노년궁핍(老年窮乏)이
인생에 있어서 3대 불행이라고 하기에
잠깐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일찌기 젊어서 과거에 급제함으로써 오는
어려움을 뜻하는 소년등과(少年登科)와
한창 때인 중년에 혼자 되다보니 생활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로인해 우울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중년상처(中年喪妻) 역시 불행이 틀림없으나
노년궁핍(老年窮乏)이야 말로
완벽(?)한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7200억 자산가인 스티브 빙(55)은
18살 때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할아버지에게
6억달러(약 7200억원)의 재산을 상속 받게 되어
소년등과(少年登科)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많은 돈으로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한
2000년작 <겟 카터>란 영화에 투자를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주식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주도한 ‘기부 서약’에도 참여했을
정도로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살았다.
모든 것이 갖춰진 집에서 개인 제트기를 타고
많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활발하게 살았으나
빙은 하나 뿐인 아들의 DNA를 믿지 못해
친자 확인을 해야 했고,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헐리와의
행복하지 않은 중년상처(中年喪妻)을 하였다.
빙은 2020년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LA 센추리 카운티에 있는 27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많은 사람들이 빙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에게 “너그러웠다(generous)" 라고 한 것처럼
그는 사람을 분별하지 못하고 돈이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돈을 주며 살았다.
돈 때문에, 어찌보면 노년궁핍(老年窮乏)을 예방(?)하고자
극단적 선택을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진미령의 <미운사랑>이란 노래를 많이 듣게 된다.
특히 잠이 안올 때 듣다보면 더 잠을 이룰 수 없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혼자 흥얼거리면 마음은 착 가라앉게 된다.
"가슴이 사랑을 잊지 못해 이별로 끝난다고 해도....
너와 난 운명인거야" 하는 노래 가사는 중년의 애잔한 삶을
되새기게 하지만 아직은 살만하니까 사랑, 이별, 운명을
떠올리지 만약 노년에 돈도 없고, 상처(喪妻)도 하고,
건강까지 잃게 된다면 그 어려움과 쓸쓸함은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골프장에 가서 공에 맞은 것도 아니고
카트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 데 얼굴에 상처가 났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늦어서 바쁜 마음에 뒤뚱거리면서
걷다가 주차장 아스팔트에 쓰러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 벌써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구나 싶었다.
집에는 "내 인생을 A+에서 F로 떨어뜨린 너에게 늙으면
꼭 복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집사람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소년등과(少年登科)한 적이 없고,
집사람에게 구박은 받지만 중년상처(中年喪妻)는 피한 것 같고,
예측한 건데 50% 정도는
늙어서 돈없어 궁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바꾸어놓았다.
노년 층 일자리가 늘어났다지만 가진 것은 집 한 채인데
종부세, 재산세, 그리고 전세대출 제약으로
걱정이 태산 같은 노년층의 불안감을
강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어제는 2023년부터 2000만원 초과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20%를 양도소득세로 과세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눈에 띄였다.
1억 정도의 주식으로 1년 간 5000만원의 이익이 생기면
2000만원 초과분인 3000만원에 대해
20%의 양도세가 과세된다는 것인데....
이제 늙은 동학개미들은 그나마 갖고 있던 주식도
처분해야 한다.
그만큼 꿈을 꾸면 꿀수록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적어지게 된다니 참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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