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라운딩은 밉다.
한여름에, 그나마 폭염을 피할 수 있기에 골퍼(Golfer)들은 새벽 라운딩을 선호하는 데 나에게는 달갑지 않다.
밀린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다보면 항상 새벽 2시 이후에 잠을 자다보니 새벽 라운딩 있는 날은 잘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SK텔레콤(SKT)는 '티맵' 목적지 설정과 'T지금' 데이터를 활용해 21년 9월부터 12월 동안 한국인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새벽 시간대 인기 목적지는 '골프장'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새벽 시간대 'T지금' 목적지 순위 상위 50위에서도 골프장이 28곳을 차지,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여주었다. 평일과 주말에 관계 없이 골프장을 목적지로 설정하는 차량이 많았다는 것은
기존의 인기 목적지였던 테마파크나 국립공원, 관광지보다 골프장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중요한 목적지가 되었다는 것인데
국내에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골린이(골프에 처음 입문한 초보자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골프장을 점령한 탓인 것 같았다. 골프 인구가 1176만명이 되면서 어둠을 뚫고 새벽을 가르는 차들 중에 30%가 골프장을 향하는 상황에서 나만 새벽 골프를
미워하는 것 같아서 살짝 머쓱해졌다.
6시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일산에서 4시30분에 출발해야 하기에 오늘도 포기하고 말았다. 전기차 시동을 켜니 180㎞ 정도 남아 있었다. 분명 300㎞ 이상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충전을 안했는데.... 골프장에 가서 충전을 해야 겠다고 맘먹고 100번 도로를 130㎞ 이상 속력을 내는 무법자가 되었다. 요리조리 단속은 잘 피했지만 폭주에 대한 벌칙(?)은 피하지 못했다. 전기차는 과속이나 히터 혹은 에어컨에 민감해서 경험상 목적지까지 최소 4,50㎞ 정도 차이가 생긴다. 일산에서 하남 만남의 광장까지는 대략적으로 60㎞ 거리인데 계기판에는 70㎞ 밖에 안남았다. 180㎞ - 60㎞ = 120㎞. 출발 시 20㎞ 정도 잠식했어도 100㎞가 남아야 할텐데, 70㎞ 라면 30㎞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잊어버린 30키로를 찾기보다는 줄어드는 계기판이 무서워 적정 속도를 유지하기 바빴다.
BA Vista(비에이 비스타)cc는 새벽 골프보다 더 밉다.
27홀로 시작해서 자투리 땅까지 활용해서 54홀까지 확장하는 사업수단(?)은 좋지만 골프장 상태도 안좋고,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영 아니었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가 근처 웰링턴cc에는 있는데 BA Vista cc는 왜 없을까?
2003년 SK텔레콤 오픈대회가 레이크사이드cc에서 백암비스타cc로 옮겨서 개최될 때만 해도 BA Vista(당시에는 백암비스타cc)는 아름답고, 변화무쌍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코스였는데 남이천 IC가 개통되면서 항상 공사중인 골프장이 되었다.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 코스가 수시로 생겨나서 여유없이 도착하게 되면 스타트 코스 찾는 데 진짜 대략난감할 때가 많았다. 특 Lago 코스 3번 째 Par3를 전반 마지막 홀에다 끼어넣고, 한국 최고의 명문이라고 하다니 이해가 안되었다.
그 와중에 웬 노인네가 골프카트를 타고 그린 주위를 왔다갔다 하길래 캐디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회장이라고 한다. 어차피 그린 속도 2.5 이상 나오지 않는 그린(Green) 상태에 신경쓰지 말고, 고객 만족을 위해 전기차 충전소나 설치하라고 한마디 하려고 했는 데 동반자들이 극구 말려서 입안에서 맴돌고 말았다.
살다 보면 나 대신 누군가 얘기하리라 믿으면서 라운딩을 했지만 역시 잠을 못자서 그런가 퍼팅이 영 아니었다. 햇살이 목덜미에
앉아 살짝 어지러운데다가 몸에 힘이 들어가서인지 잘 안맞다가 17번 홀 Par 4에서 억지로 투온을 한 뒤 10미터 버디 펏을 성공시켰다.
아, 휘어들어가면서 멋지게 홀컴에 들어갔을 때의 기쁨은 최고였다.
동반자 덕분에 우리가 라운딩하는 사이 골프장 근처에 가서 400㎞나 충전해 준 기사분에게 감사를 했지만 BA Vista cc는 미웠다.
전 날에도 라운딩을 했고 그 전 날도 비 덕분에 9홀을 소화했는데 프로선수도 아니면서 내일도 양평TPC에 가야 한다.
골프가 미운게 아니라 내가 미쳤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하고 살고 싶다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처럼 골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골프장에서 죽었다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오늘도 나는 골프장을 찾게 된다.
아, 미운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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