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치앙마이에서 라운딩한 지 5일 째이고
하루에 18홀 씩 90홀을 소화하게 된다.
KPGA 혹은 KLPGA 시합도
악천후를 제외하고는 보통 4일 간 라운딩을
하는데
개인이 사흘을 연속으로 라운딩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골프에 입문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사흘 중 하루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빵꾸가 나는 바람에
연속 72홀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얼결에
치앙마이에 와서 5일 간 90홀을 라운딩하는
개인 기록(?)을 갖게 되었다.
4일 째 되는 날은
수면 부족도 있었지만
32도 넘는 더위에 온 몸에서 배출되는 땀으로
기력이 달리고
면역력이 부족한 지
순간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날은,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아침 이슬처럼
마음을 비우고
치앙마이 명문 골프장이라는
알파인cc에서 라운딩을 하였다.
1990년 람푼골프클럽으로 개장한 뒤
2008년 리노베이션 한 뒤 운영되고 있는 알파인cc는
27홀로 코스 이름도 단순하게 A코스, B코스, C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그린은 넓고 빠른 편이여서
코스 공략에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700미터 고지대에 위치했다고 하지만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레이아웃이 평평했다.
작년에는 B코스에서 시작한 뒤
A코스, C코스를 거쳐 A코스로 마무리하는,
36홀을 소화하였는데.....
그 다음 날 허벅지에 알이 배겨서
체력이 뒷받침하지 않는 한
하루 36홀은 벅찼다.
90홀 째 맞이한 알파인cc는
사흘 간 라운딩한 탓인지
작년처럼 살짝 흥분도 안되었고
동반자들도 빡세게 내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밋밋했다.
1년 전,
치앙마이 대학에서의 학술행사를 앞두고
알파인cc에서 시작된 라운딩은
스크라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가장 초보가 첫 홀에 버디(Birdie)를 하는 바람에
재미가 쏠쏠했고
그래서 36홀까지 연장을 했었다.
5번 째 Par4에서
이좌희상무가
세컨 샷을 기가 막히게 30센티에 붙여서
버디를 했을 때
긴장이 살짝되었지만
6번 째 홀에서
김용호팀장이 쪼루란 티샷을 러프에서 200미터에
그린에 올리는 순간 등짝이 서늘해졌다.
강릉워크샾에서
팔시름 왕자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
어깨에서 내려오는 김팀장의 스윙은
잔듸 채 공을 쓸어 올려서 뒷 땅이라는 의미가 없었다.
후반에서
허리가 아파서 정진호본부장과 같이
시니어 티로 옮겨보았지만
괴력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기에
적당한 기회에 한 두 홀만 승자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였다.
역시 기회는 왔다.
7번 홀 Par3에서 나는 그린 옆에 올렸는데
이상무와 김팀장은 나란히 벙커에 빠져서
모아놓은 목돈(?)을 가볍게 손에 넣었다.
이후 8번 홀에서도 보기로 승자가 되었고
9번 홀 Par4에서도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티샷으로 헤저드를 넘겼고,
세컨에서 또 다른 헤저드를 넘길 수 없는
짤순이기에 현명하게 최대한 헤저드 근처까지 붙이고
쓰리온한 뒤
제주도 온을 보기로 끝냈다.
죽을 것 같았던 5일 째 라운딩은
어부지리( 漁夫之利)로 승자가 된 탓인지
뜨거운 태양도, 흐르는 땀도
게이치않았다.
10월31일(화)
선발대로 5명이 먼저 치앙마이에 도착하였다.
속썩이는 여행사 때문에
작년에 머물렀던 윈트리호텔을
개별적으로 예약하고
친숙한 노천카페(?)를 찾아가 추억을 소환하였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에
첫 날의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톡톡이 타고
나갔던 2명이
조식 메뉴를 화사(?)하게 만들어주었다.
50만원짜리 바가지를 써서 그런가?
박근봉대표와 이성국전무는
1인당 3천 바트를 내고
홀 당 승자가 2천 바트 씩 먹자고 제안을 했다.
중간에 마지막 3홀을 조폭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김중엽상무가 홀라당 먹고
첫 날 라운딩의 승자가 되었고
캐디팁과 마야쇼핑에서의 저녁 그리고 3차까지
푸짐한 바가지(?)를 썼다.
이번 제9기_매경빅데이터AI최고위과정
치앙마이 졸업여행은
골프팀 48명과 여행팀 5명, 총53명이 참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9월2일(목) 본진 48명이 도착했고
환영식으로 닭도리탕을 준비하였다.
가지런하게 놓여진
소주병과 맥주병이 100여개는 되는 것 같았다.
수업 참가율은 50%를 유지하고
행사 참가율은 80%에 육박하는
9기만의 독특한 특징(?) 덕분에
3박5일 내내
식당 한 켠에는 소주와 맥주병이
열병(閱兵)하듯 가지런히 계산을 요구했다.
여행팀 5명은
오붓하게 자기들만의 여행으로 3박5일을
보냈고,
골프팀 48명도 어느 한 명의 일탈(逸脫)도 없이
3일동안 3개 골프장에서 54홀 라운딩을 소화했고
저마다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기에
주목할만한 에피소드는 없었다.
다만
1일 차 라운딩을 하면서
(선발대인 나에게는 3일차 라운딩)
락커에서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졌지만
사랑스러운 9기 원우 덕분에 잘 해결되었다.
동남아에 가면
우리나라의 클럽하우스가 얼마나 좋은 지
새삼 느끼게 된다.
치앙마이 골프장은
클럽하우스에 입장 시 샤워용 타월을 하나 씩 받아서
그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락커도 상하 2개로 구성되어 비좁고,
락커에서 샤워실까지 구별이 없어 맨발로 이동하거나
널브러진 슬리퍼를 하나 구해서 싣고 이동을 해야 했다.
센타라 리버사이드호텔에서 방배정이 끝난 탓인가?
선발대로 3일 간 54홀을 돌아서인가?
지쳐서 식욕도 없지만
조별로 식사를 마치고 락커로 가서
샤워를 했는데
아뿔싸 상의를 챙겨오지 못했다.
땀에 젖은 옷을 다시 입을 수도 없어서
주위의 원우들에게 혹시 여벌의 옷이 없냐고
물었지만 모두가 없다고 했다.
누군가
교수님 옷 주시면 제가 드라이로 말려볼께요 했지만
겁나게 땀으로 쩔은 상의를 말린다?
엄두가 안나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김태원대표와 한동진대표가
태국 스타일의 티셔츠를 하나 사왔는데
모두들 어울린다고 해서
왓 프라탓도이수텝(Wat Phrathat Doi Suthep)사원에 가서
한 컷 찍었다.
3일 차에는
아시아 10대 코스이자 명문 골프장인
하이랜드cc를 방문했는데
가장 한국적인, 우리에게 어울리는 27홀 코스를 이루어졌다.
산악지형이라 워터헤저드보다는
100여개가 넘는 벙커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
골프장인데
원우들의 호감도는 중간 정도였다.
치앙마이 골프장은
한마디로
골프에 입문하고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지 훈련 장소로 적합하다.
하루에 36홀 씩
빡세게 1주일 정도 티칭 프로와 같이 라운딩하면
골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제9기_매경빅데이터AI최고위과정
졸업여행으로 선택한 치앙마이는
48명의 30%는
골프 실력이 향상되었을 것 같았다.
p.s
치앙마이 졸업여행 후
윤영한 수석부회장님이 한국에서 홀인원을 했다.
뒷바람이 살짝 부는 상황 하에
Par 3 145미터를 7번 아이온으로 이룬 홀인원.
워낙 잘 치시는 분이니까
치앙마이 전지훈련(?) 덕분은 아니겠지만
9기 동기들과 행운을 공유하게 되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