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라운딩은 밉다.
한여름에
그나마 폭염을 피할 수 있기에
골퍼들은
새벽 라운딩을 선호하는 데
나에게는 미운 골프다.
밀린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다보면
항상 새벽 2시 이후에 잠을 자다보니
새벽 라운딩 있는 날은
잘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6시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일산에서 4시30분에 출발해야 하기에
오늘도 포기하고 말았다.
전기차 시동을 켜니
180㎞ 정도 여유가 있었다.
분명 300㎞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고
충전을 안했는데....
골프장에 가서 충전을 해야 겠다고 맘먹고
100번 도로를
130㎞ 이상 속력을 내는 무법자가 되었다.
요리조리 단속은 잘 피했지만
폭주에 대한 벌칙(?)은
피하지 못했다.
전기차는
과속이나 히터 혹은 에어컨에 민감해서
경험상 목적지까지
최소 3,40㎞ 정도 차이가 생긴다.
일산에서 하남 만남의 광장까지는
대략적으로 60㎞ 거리인데
계기판에는 70㎞ 밖에 안남았다.
180㎞ - 60㎞ = 120㎞
출발 시 20㎞ 정도 잠식했어도
100㎞가 남아야 할텐데,
70㎞ 라면
30㎞는 어데로 간 것일까?
잊어버린 30키로를 찾기보다는
줄어드는 계기판이 무서워
적정 속도를 유지하기 바빴다.
BA Vista cc는
새벽 골프보다 더 얄밉다.
27홀로 시작해서 자투리 땅까지 활용해서
54홀까지 확장하는 사업수단(?)은 좋지만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영 아니다.
근처
웰링턴cc에는 있는데
BA Vista cc는 왜 없을까?
아름답고, 변화무쌍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코스라고 하면서
Lago 코스 3번 째 Par3를 전반 마지막 홀에다
끼어넣고
한국 최고의 명문이라고 하다니..... 쩝
한글을 없앨 수도 없고 ㅋ
웬 노인네가 골프카 타고
그린 주위를 왔다갔다 하길래 누구냐고 물으니
회장이라고 하길래
어차피 그린 속도 2.5 이상 나오지 않는
그린 상태에 신경쓰지 말고
고객 만족을 위해 전기차 충전소나 설치하라고
한마디 하려고 했는 데
캐디가 극구 말려서 입안에서 맴돌고 말았다.
살다가 만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나 대신 누군가 얘기하리라 믿으면서
라운딩을 했지만
역시 잠을 못자서 그런가
퍼팅이 영 아니었다.
동반자 덕분에
우리가 라운딩하는 사이 근처에 가서
400㎞나 충전해 준 기사분에게
감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넘 더웠다.
일주일 전에도
한낮 기온이 35도나 치솟았고
페어웨이는 장마비 덕분에 배수가 안되어
질퍽거렸다.
챙길 것이 많아져
슬픈 나이에
흐르는 땀까지 닦아내기엔
부족한 내 마음으로
마을버스 한 정거장 차이를 극복할 수 없어
실버티로 갔다.
전 날에도 라운딩을 했고
그 전 날도 비 덕분에 9홀을 소화했는데
한잠도 못자고
한성cc에 왔다.
프로선수도 아니면서
내일도 양평TPC에 가야 한다.
골프가 미운게 아니라 내가 미쳤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하고 살고 싶다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처럼
골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골프장에서
죽었다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7월에도
골프장을 찾게 된다.
아,
미운 골프
2022. 07. 10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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