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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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미친 짓

웰링턴cc

by 세월김 202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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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링턴cc

 

웰링턴(Wellington)cc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첫 째는 유럽의 감성을 주는 골프장으로 아이덴티티를 보유하고자 신들만이 아는 성스러운 곳이자 "비밀의 정원"이라는 닉네임은 있으나 홈페이지가 없다. 나중에 후기를 쓰려고 이곳저곳 뒤져보다가 홈페이지를 발견했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둘 째는 그린피가 겁나게 비싸다. 주중 요금이 1인당 38만원이고, 주말요금은 48만원이라니 마음 한 귀퉁이에 상처의 샘이 생긴다.
셋 째는 기업회원이 없고, 개인 회원만 있는데 개인 회원권 가격이 16억에 이른다.
넷 째는 효성그룹이 운영하는 회원제 명문구장이면서 KPGA와 KLPGA가 개최되지 않는 골프장이다. 다만 효성이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이다 보니 '메르세데스 트로피(MercedesTrophy)’ 라는 고객 초청 골프대회 지역 예선을 개최한다.


블로그 후기를 읽으면서 정리한 4가지 특징은 가고 싶은 골프장으로서의 기대감과는 달랐고, 10년 동안 그리워했던 설레임은 주눅이 들어서 그런가 시작부터 상처가 깊었다.  

불을 내뿜는 수호자인 공룡을 뜻하는 와이번(Wyvern)코스에서 웰링턴 장군을 떠올리며 티업했지만 병사처럼 전반 8번 쨰 홀에서 첫 파(Par)를 할 정도로 스코아는 갈매기가 날았고, 덩달아서 기분도 뒤숭숭했다. 간혹 만나는 계곡과 연결된 개천 그리고 연못 등은 변화무쌍하기보다는 야릇했다. 쉬워보이면서도 스코어가 잘 안나오고, 어려워보이면서도 스코어가 잘나왔다. 한마디로 와이번 코스는 클럽하우스 로비에 버티고 있는 F1 경주용 스포츠처럼 근사하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다이나믹한 코스였다.

 

후반은 정신차려야지 하다가 달콤한 막걸리와 사이다 때문에 취기가 오르는 지 몸이 말을 안들었다.

사자의 몸과 독수리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동물을 의미하는 그리핀(Griffin)코스는 전반보다 난이도는 적었지만 그린이 속을 썩였다. 보기엔 매끄럽지도 않은 데 이상하게 저절로 굴러 쓰리 펏을 가뿐하게 만들었다. 그리핀 코스 마지막 9홀에서는 눈을 부릅뜨고 하나라도 기억에 남는 샷을 남기고 싶어 파4를 쓰리 온 했는데 깃대가 2단 그린 위에 놓여져 있어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9월20일 추계골프대회 이후, 계속된 연휴로 지치도록 늘어지게 쉬다보니 온몸이 쑤시고 허리는 꺽인 채로 펼 수가 없었다. 그래도 10년을 기다리던 라운딩이기에 숨을 죽이며 시작했지만 한 달만이라서 그런가 샷은 감각을 잃어버리고 공은 숲으로, 연못으로 날아갔다. 웰링턴cc는 신화속의 동물로 알려진 그리핀, 피닉스, 와이번이라는 독특하고 특징 있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명문코스라고 하면 18홀인데 27홀이면서도 회원가가 고가인 경우는 드물다. 내가 알기로는 렉스필드cc와 이스트밸리cc 정도인데 숨겨진 보배같은 웰링턴cc도 27홀이라서 살짝 놀랬다. 아름다운 구릉지 위에 조성된 그리핀 코스는 도전적인 샷을,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아기자기한 플레이는 피닉스 코스에서, 좀 더 모험을 즐기고 싶은 골퍼라면 와이번 코스에서 다채로운 페어웨이를 만날 수 있는 골프장. 웰링턴cc의 페어웨이는 2년간의 연구끝에 한지형과 난지형 잔디(조선잔듸와 양잔듸를 믹스한)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하지만 늦가을이라 그런가 상태는 그렇게 좋아보지 않았고, 장타자가 드라이버로 패야 하는데 팰 수가 없도록 레이아웃을 조성해서 그런가 나름 장타자인 동반자 3명도 버디 구경을 못하게 만들었다. 조경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우연히 골프장 설계하는 선배 회사에 놀러가서 어깨너머로 훈수두다 스카웃되었다는, 한국 골프장 설계의 차세대 주자인 노준택 디자이너가 설계한 골프장이 웰링턴cc의 그리핀과 와이번 코스라고 한다. 스카이72 하늘코스와 성문안cc는 인공물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암석)을 살려서 자연과 골퍼가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빚어냈다면 웰링턴cc의 그린핀과 와이번 코스는 풍성한 숲을 바탕으로 계곡을 조성해서 물 흐르듯 코스가 이어지게 만들었지만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짤순이에게 참 좋은 골프코스인데 무엇에 주눅이 들어서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을까?

 

써닝포인트cc를 가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만났던 웰링턴cc 입구를 떠올리며 수소문한 끝에 명문 골프장이란 사실도 알고, 꼭 가고 싶어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은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늦가을.

만추(秋)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에서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씻으면서 문득 뒤돌아 본다. 

사는 게 달달하면 가을은 출근길 모퉁이를 돌아서 친구처럼 감미롭고 고마운지 담벼락에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살면서 친하고 다정한 것 몇 안되지만 가을 햇살에 골프장을 뒤져도 집나간 남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 

구월에서 시월까지 십보(步)도 안 걸리는 데 가을 구름은 가슴을 건너서 차분하게 내 안에서 흐르고 있을 뿐이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저 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구름 덕후.

간혹 바다를 사랑하는 이는 본 적 있으나 골프장 18홀을 따라 구름을 찾는 경우는 없었다. 

살면서 하늘을 보지만 구름은 배경이었지, 뜬구름처럼 흘러만 갔었지 구구절절(節) 가슴에 남은 적이 없었다.
 
라운딩을 마치고 저 멀리 웰링턴(Wellington)cc를 바라보는 데 마치 짝사랑하다 어렵게 고백한 뒤 허전해서 혼자 걸어가는 쓸쓸함이 골프장에 깔리고 오후의 가을은 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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