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Chiang 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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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미친 짓

치앙마이(Chiang Mai)

by 세월김 202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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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치앙마이에서 라운딩한 지 5일 째이고, 하루에 18홀 씩 90홀을 소화하게 된다.
 
KPGA 혹은 KLPGA 시합도 악천후를 제외하고는 보통 4일 간 라운딩을 하는데

개인이 닷새를 연속으로 라운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역시도 골프에 입문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사흘 중 하루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빵꾸가 나는 바람에 연속 72홀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얼결에 치앙마이에 와서 5일 간 90홀을 라운딩하는 개인 기록을 갖게 되었다.

치앙마이 선발대(알파인cc)_90홀을 위한 산뜻한 출발


32도 넘는 더위에 온 몸에서 배출되는 땀으로 기력이 달리고, 면역력이 부족한 지 순간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날은,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아침 이슬처럼 마음을 비우고 치앙마이 명문 골프장이라는 알파인cc에서 라운딩을 하였다.
 
1990년 람푼골프클럽으로 개장한 뒤 2008년 리노베이션 한 뒤 운영되고 있는 알파인cc(Alpine Golf Club)는
27홀로 코스 이름도 단순하게 A코스, B코스, C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그린은 넓고 빠른 편이여서 코스 공략에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700미터 고지대에 위치했다고 하지만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레이아웃이 평평했다.
작년에는 B코스에서 시작한 뒤 A코스, C코스를 거쳐 A코스로 마무리하는, 36홀을 소화하였는데.....
그 다음 날  허벅지에 알이 배겨서 걷기도 힘들었다. 체력이 뒷받침하지 않는 한 하루 36홀은 넘 벅찼다.

해외 골프 여행 시 첫 날은 18홀, 그 다음 날은 27홀 순으로 점차 늘려야지  한번에 27홀이나 36홀을 라운딩하면

몸에 무리가 생긴다.

 
선발대로 첫 날 라운딩하고 또 맞이한 알파인cc는 나흘 간 라운딩한 탓인지 작년처럼 살짝 흥분도 안되었고,

동반자들도 빡세게 내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밋밋했다.
 
1년 전, 치앙마이 대학에서의 학술행사를 앞두고 알파인cc에서 시작된 라운딩은
스크라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일행 중 가장 초보가 첫 홀에 버디(Birdie)를 하는 바람에 
짜릿했고, 재미가 쏠쏠해서 36홀까지 연장할 수 있었는데...
 
힘들지만 동반자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라운딩에 임했다.

5번 째 Par4에서 이상무가 세컨 샷을 기가 막히게 30센티에 붙여서 버디를 했을 때
살짝 긴장이 되었고, 6번 째 홀에서 김팀장이 쪼루란 티샷을 러프에서 200미터 떨어진
그린에 올리는 순간 등짝이 서늘해졌다. 강릉워크샾에서 팔시름 왕자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 어깨에서 내려오는 김팀장의 스윙은
잔듸 채 공을 쓸어 올려서 뒷 땅이라는 의미가 없었다.
후반에 허리가 아파서 정본부장과 같이 시니어 티로 옮겨보았지만
괴력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기에 적당한 기회에 한 두 홀만 승자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였다.
 
역시 기회는 왔다. 7번 홀 Par3에서 나는 그린 옆에 올렸는데
이상무와 김팀장은 나란히 벙커에 빠져서 모아놓은 목돈(?)을 가볍게 손에 넣었다.
8번 홀에서도 보기로 승자가 되었고, 9번 홀 Par4에서도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티샷으로 헤저드를 넘겼고,
세컨에서 또 다른 헤저드를 넘길 수 없는, 짤순이란 점을 감안하여 현명하게 최대한 헤저드 근처까지 붙이고
쓰리온한 뒤 제주도 온(On)을 보기(Bogey)로 끝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죽을 것 같았던 5일 째 라운딩은 어부지리( 利)로 승자가 된 탓인지

뜨거운 태양도, 흐르는 땀도 게이치않았다.
 
10월31일(화), 
선발대로 5명이 먼저 치앙마이에 도착하였다.

치앙마이_윈트리호텔(5성)

 
겁나게 속썩이는 여행사 때문에 작년에 머물렀던 윈트리(Wintree)호텔을  개별적으로 예약하고
친숙한 노천카페(?)를 찾아가 추억을 소환하였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에 도착한 뒤
첫 날의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톡톡이 타고 나갔던 2명이 이상한 술집에 갔다가 새우잡이 배를 탈 번한 이야기를

해주는 바람에 조식 메뉴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50만원짜리 바가지를 써서 그런가? 박대표와 이전무는 과감하게 내기 골프를 하자고 했다. 1인당 3천 바트씩 내고,

홀 당 승자가 2천 바트 씩 먹자고 해서 게임을 진행했는데 전반 라운딩이 끝날 즈음에 크게 이긴 사람이 없었다.

간밤에 호되게 바가지를 쓴 2명이 갑자기 마지막 3홀부터 조폭게임으로 변경하자고 우겼다.

거절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태국은 밤 12시가 넘으면 법으로 모든 술집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암암리에 운영하는

술집에 들어가면 바가지는 기본이고 돈 뺏기고, 여권 뺏기고 자칫하면 몸까지 상하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방콕까지는 버스로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가이드 왈, 여권을 잃어버리면 새로 발급받기 위해서

일행과 떨어져서 혼자 버스타고 10시간 이상을 가야하니까 진짜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강조하는데

그런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새벽 2시에 톡톡이를 타고 톡톡이 기사가 안내해주는 술집을 갔으니

잃어버린 50만원이 떠올랐나보다.

역시 조폭 게임일지라도 안정적인 실력을 보유한 골퍼가 우승할 확율이 높은 지 김상무가 15000바트를 홀라당 먹고
첫 날 라운딩의 승자가 되었다. 그 덕에 김상무는 캐디팁과 마야쇼핑에서의 저녁 그리고 3차까지 푸짐한  바가지를 썼다.

 

9월2일(목) 졸업여행 본진 48명이 도착했다.

이번 치앙마이 졸업여행은 골프팀 48명과 여행팀 5명, 총53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 여행사를 잘못 선택해서 출발하는 날까지 걱정이 많았는데 현지 랜드사가 좋아서 미진한 부문을 보완한 뒤

우여곡절 끝에 밤늦게 환영식으로 닭도리탕을 준비하였다. 가지런하게 놓여진 소주병과 맥주병이 100여개는 되는 것 같았다.

수업 참가율은 50%를 유지하고 행사 참가율은 80%에 육박하는 9기만의 독특한 특징(?) 덕분에 3박5일 내내 식당 한 켠에는

소주와 맥주병이 열병(閱兵)하듯 가지런히 계산을 요구했다.

 

골프팀 48명은 어느 한 명의 일탈(脫)도 없이 3일동안 3개 골프장에서 54홀 라운딩을 소화했고

저마다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기에 주목할만한 에피소드는 없었다. 다만 1일 차 라운딩을 하면서 (선발대인 나에게는 3일차 라운딩) 락커에서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동남아에 가면 우리나라의 클럽하우스가 얼마나 좋은 지 새삼 느끼게 된다. 

치앙마이 골프장은 클럽하우스에 입장 시 샤워용 타월을 하나 씩 받아서 그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락커도 상하 2개로 구성되어 있어서 비좁고, 락커에서 샤워실까지 맨발로 이동하거나 널브러진 슬리퍼를 하나 구해서 싣고 움직여야 했다.

간밤에 센타라 리버사이드호텔에서 48명의 방배정을 끝내고 잠을 설쳐서인지 아니면 선발대로 2일 간 36홀을 

라운딩하고 오늘 18홀을 끝내서인가? 지쳐서 식욕도 없는데 조별로 식사를 마치고 락커로 가서 샤워를 했는데

아뿔싸 상의를 챙겨오지 못했다.

땀에 젖은 옷을 다시 입을 수도 없어서 주위의 원우들에게 혹시 여벌의 옷이 없냐고 물었지만 모두가 없다고 했다.

누군가 "교수님 옷 주시면 제가 드라이로 말려볼께요" 했지만 겁나게 땀으로 쩔은 상의를 말린다? 엄두가 안나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김대표와 한대표가 태국 스타일의 티셔츠를 하나 사왔다. 

모두들 어울린다고 해서  왓 프라탓도이수텝(Wat Phrathat Doi Suthep)사원에 가서 한 컷 찍었다. 

 

3일 차에는 하이랜드cc를 방문했는데 가장 한국적인, 우리에게 어울리는 27홀 코스를 이루어졌다.

산악지형이라 워터 헤저드보다는 100여개가 넘는 벙커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 골프장으로 원우들의 호감도는 중간 정도였다.  

 

 

치앙마이(Chiang Mai)에는 7개 정도 골프장이 있는데

2000년 타이거 우즈가 조니 워커 클래식 때 우승한 알파인cc만 좋고

노스힐골프클럽, 하이랜드cc, 써밋 그린밸리cc, 로얄cc, 가싼cc 등은 좋은 골프장은 아니다.

한마디로 골프에 입문하고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지 훈련 장소로 적합하다.

하루에 36홀 씩 빡세게 1주일 정도 티칭 프로와 같이 라운딩하면 골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고,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내 몸을 둘러싸고 있던
알록달록한 옷를 떼어내고
치앙마이에서는 볼 수 없기에
차가운 아파트 거리의 감잎 하나 집어
떠난다고 속삭인다.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겨울에
여름을 덤으로 사다보니
기억이 숨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내 몸에
옷을 한겹두겹 붙이고
미운 겨울(立冬)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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