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골퍼는
달려야 한다.
빗방울이
창가에 맺히기에 라운딩을 위해
골프장까지 최단거리를 찾게 된다.
계양에서 중동 구간을 지날 때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악마같은 100번 순환도로는
언제든지 상처를 주기에
늦으면 점심을 생략하고
더 늦으면 한 두홀 패스하면 되겠지 하고
영동고속도로로 바꾸어 탔다.
북수원 게이트를 알리는
표지판이
이 황당하고 가여운 상황이
애처로운지 흔들리고
윈도우 브로쉬가 한번 지나간 자리는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의
잔잔한 선율이 차안에 가득채우고
DJ도 떠나가버렸다.
처음가보는 골프장이란 기대감(?)에 앞만 보고
2시간이나
차선도 안바꾸고 열심히
달렸는데
비가 온다고 취소가 되다니 ㅜ
그럼
출발하기 전
9시에 취소를 받아주던가?
나원참, 비도 많이 안오는데....
얄미운 이글몬트 골프장이다.
골프장은 참 이상하다.
부킹도 어렵지만
취소는 더 어렵다.
초보 시절
저 멀리 가평의 썬힐GC를 자주 찾았다.
썬힐GC은
우리나라 대중대 골프장 중 영업이익율이
10위 안에 드는 골프장이다.
팬데믹 시절
그랜드나 자유로, 실크밸리 등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20년 전에는 뗏장이 마르기도 전에
계속 파서
공을 옮기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그런 썬힐GC을 왜 그렇게 많이 갔었을까?
아마도
부킹이 잘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겨울,
밤새 함박눈이 내려서
라운딩이 어렵다고 생각되어 부팅을 취소하려는 데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전화를 안받았다.
티업이 7시라
출발을 안할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의정부 초입 해장국 집에서 일행들과 만났다.
6시가 넘어서
겨우 전화가 연결되어 취소를 했지만
몇 번 더 경험을 해보고나니
골프장이 의도적(?)으로
전화를 안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 빵점인
썬힐GC의 얄미운 행위는,
그 뒤로
사기골프를 당할 뻔한 골프장으로
내 머리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92키로를
2시간 22분 동안 달려서
양지IC 나오자마자
골퍼들의
아침식사 성지(聖地)인 된장배추국집에 도착했다
4명 중 한 명은
수지가 집이라 골프장 도착 5키로 전에
투덜거리며 회차를 했고,
4명 중 두 명은 연신 배추국 먹는 소리를 내며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려주었다.
된장 배추국을 먹은 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샤워도 못하고 출발한 탓에
스크린 골프보다는
찜질방에 한 표를 주고
검색을 한 뒤
2명은 회사로 들어가고
2명은 용인 정신병원 너머
숲속 숯가마로 갔다.
난생 처음으로 숯가마에 들어가
긴 타울을 깔고 양말을 싣은 채
양반다리로 앉았다
나막신 끄는 소리에
땀방울이
귓볼을 타고 흘러내리면
티베트의 맑은 하늘과 고승이 떠올라
가슴에 자연스럽게 손을 모으게 된다.
말라버린 하늘인데
우리는 어찌 라운딩을 못하고
여기에 와 있을까?
쑥찜을 받는다고
배 위에 숯바구니를 끌어안고
두번 째 기이한 체험을 하면서
연신 헛웃음이 나왔다.
아마
판교에 저녁 모임이 없었다면
투덜거리면서
집이나 회사로 고개숙이면서
들어갔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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