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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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미친 짓

얄미운 골프장

by 세월김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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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몬트cc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골퍼(Golfer)는
달려야 한다.

골프약속을 지키기 위해 숙명처럼 출발은 했지만 날씨가 흐렸다. 빗방울이 창가에 송글송글 맺히기에 골프장까지

최단거리를 찾게 된다. 계양에서 중동 구간을 지날 때 악마같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100번)는 언제든지 상처를

주기에 늦으면 점심을 생략하고, 더 늦으면 한 두홀 패스하면 되겠지 하고 마음을 비운 뒤 여유롭게 창밖을 보다가

조남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바꾸어 탔다.

 

마음과 다르게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 바람에 초조해졌다. 할 수 있는 것이 꽉 막히 차들을 바라보는 것 밖에 없었다.

이 황당하고 가여운 상황이 애처로운지 북수원 게이트를 알리는 표지판이 흔들리고, 윈도우 브로쉬가 한번 지나간

자리에는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의 잔잔한 선율이 차안을 가득채우고 DJ도 떠나가버렸다.


처음가보는 골프장이란 기대감(?)에 2시간이나 차선도 안바꾸고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는데 비가 온다고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다니? 황당했다. 그럼 출발하기 전 9시에 취소를 받아주던가? 나원참, 비도 많이 안오는데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얄미운 이글몬트(Eagle Mont)cc을 원망하면서 일단 1차 약속 장소인 양지IC에서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다.

 

골프장은 참 이상하다. 부킹도 어렵지만 취소는 더 어렵다.

초보 시절, 저 멀리 가평의 썬힐GC를 자주 찾았다. 썬힐GC은 우리나라 대중 골프장 중 영업이익율이 10위 안에 드는 골프장이다. 팬데믹 시절에는 그랜드cc나 자유로cc, 실크밸리cc 등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20년 전에는 뗏장이 마르기도 전에 골퍼들이 계속 파서 디봇(Divot)에서 공을 옮기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골프 규칙 상 디봇(Divot)에 빠진 공은 마음대로 뺄 수도 없고, 임의로 지면을 수리할 수도 없기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마저도 '골프 룰 중에 가장 불공평한 룰'이라고 했다. 썬힐GC에 디봇 자국이 많은 이유는 스스로 만든 디봇 자국을 수리하는 것이 매너임에도 거기까지 선배들이 알려주는 경우가 드물고, 골프장에서 너무 많은 디봇을 수리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골퍼들이 디봇을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마추어들은 미리 동반자들에게 디봇에서는 공을 빼놓고 라운딩하자고 양해를 구해서 그런가 디봇를 수리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 썬힐GC을 왜 그렇게 많이 갔었을까?

 

어느 겨울, 밤새 함박눈이 내려서 라운딩이 어렵다고 생각되어  부팅을 취소하려는 데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골프장에서는

전화를 안받았다. 티업이 7시인데 출발을 안할 수도 없어서 취소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의정부 초입 해장국 집에서 일행들과

만났다. 해장국을 앞에 두고 골프장은 왜, 전화를 안받을까? 창가의 눈에게 물어보지만 답이 없었다. 6시가 넘어서 겨우 전화가 연결되어 취소를 했지만 몇 번 더 경험을 해보고 나니 골프장이 의도적(?)으로 전화를 안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 빵점인 썬힐GC의 얄미운 행위는 내 머리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92키로를 2시간 22분 동안 달려서 양지IC를 나오자마자 골퍼(Golfer)들의 아침식사 성지(地)인 된장배추국집에

도착했다. 4명 중 한 명은 수지가 집이라 골프장 도착 5키로 전에 투덜거리며 회차를 했고, 나머지 두 명은 연신 배추국 먹는 소리를 내며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려주었기에 안심할 수가 있었다.

 

된장 배추국을 먹은 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샤워도 못하고 출발한 탓에 스크린 골프보다는 찜질방에 한 표를 주고 검색을 한 뒤 1명은 회사로 들어가고, 2명만 용인 정신병원

너머 숲속 숯가마로 갔다. 골프대신 선택한 숯가마에 들어가 긴 타울을 깔고 양말을 싣은 채 양반다리로 앉았다.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나막신 끄는 소리에 땀방울이 귓볼을 타고 흘러내리면 티베트의 맑은 하늘과 고승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가슴에

손을 모으게 되었다.

하늘은 말라버렸는데, 우리는 어찌 라운딩도 못하고 여기에 와 있을까?

 

난생 처음 쑥찜을 받는다고 배 위에 숯바구니를 끌어안고 두번 째 기이한 체험을 하면서 연신 헛웃음이 나왔다.

아마 판교에 저녁 모임이 없었다면 투덜거리면서 집이나 회사로 고개숙이면서 들어갔을텐데.....

 

2025년 11월4일, 그린 미팅으로 이글몬트cc를 찾았다.

비가 많이 안오는데도 일방적으로 취소당해서 섭섭했던 골프장이기에 이번엔 꼭 라운딩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쌀쌀해진 날씨지만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놓고 기다렸다. 

 

11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차가운 바람이 훅하고 진입로를 감싸고 커다란 인공절벽에 부딪친 뒤 연습 그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코스는 첫 이미지와 다르게 깔깔했다. 전체가 27홀로 이글코스와 몬트코스 그리고 히든코스로 구성되어

자연과 인간의 공존 속에 여유와 품격을 누릴 수 있게 조성했다고는 하지만 이글몬트cc 홈페이지도 제대로 없어서 사전에 정보를

습득할 수가 없었다.

 

골프장도 계열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라서 그런가 골프존 카운티(Golfzone County)의 성장세가 무서웠다.

벌써 20여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골프장 문화 구축을 통해 골프 대중화에 앞장 서고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규격화된

서비스에 획일화된 운영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11월 초 부터 티박스에 인조매트를 깔고, 백티와 화이트 티를 합해서 하나로 운영하는 측면은 골프장 입장에서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골퍼들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인 것 같았다. 히든코스 3번 홀은 화이트 티에서는 헤저드를 넘길 수 있는 데 백티에 화이트 티를 옮겨놓고 하나로 만들면 주말 골퍼들 70% 이상은 헤저드에 공을 갖다 바치라는 것인데 이러한 운영이 어찌 골프장 문화를 새롭게 구축한다고 할 수 있는지 남득이 되지 않았다.

 

정말

골프장은 많은데

얄미운 골프장은 더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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