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50 할아버지 할아버지 국민학교 때 할아버지는 진짜 할아버지였다. 하얀 수염에 가려진 할아버지의 시간(時間)을 가랑이 사이로 넣고 보면 내 나이가 되었다. 환갑(還甲)을 풀어 사진에 옮겨도 젊은 얼굴인데 할아버지는 몇 층 사세요? 라고 묻는 예닐곱 소녀에게 들겼다. 아버지는 논두렁 가득 찬 모래를 걷어차고 아버지의 아버지를 설득해 상경(上京)했고, 서울로 이사(移徙)가는 아들에게 나는 빨간 돼지 저금통을 줬다. 자꾸 봄이 오고 하얗게 떡진 머리를 숙이니 거울엔 젊은 할아버지가 서 있다. 국민학교 때 들었던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결국 꼬리가 밟혔다. 2022. 04. 04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2. 5. 6. 명동, 겨울을 밝히다 명동, 겨울을 밝히다 행여 보탬이 될까 햇살도, 가고 없는 아버지를 찾는다. 길을 걷다 발목이 재개발에 걸려 골목은 깨진 판유리처럼 엉성하고 살아생전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멈춘다. 그 때는 중앙극장을 따라 성당까지 올라서면 명동이 시작되고 코스모스 백화점 옆 노점상 발 밑에 불타는 구공탄마냥 카바이드 불꽃에 겨울이 있었다. 걷다보면 만나는 바람에 펄럭이는 성탄마켓도 겨울도 명동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2021. 12. 31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2. 5. 6. 제주살이 육지에서 바다건너 제주로 간다. 지친 현실을 메타버스(Metaverse)에 태우고 누울 곳을 찾아서 하루든 한달이든 일년이든 거울을 보고파 육지에서 바다건너 간다. 제주, 너만 가니? 나도 간다. 2021. 08. 24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2. 5. 6. 시집(詩集) 詩 集 교보문고로 이어지는 횡단보도는 햇살이 없다. 사람이 부딪껴서 6시까정 詩를 만났다. 묶어서 팔기엔 詩가 부족해 詩集을 뒤적였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딱 4편으로 신록(新綠)의 신발이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가슴에 붙이라고 그 많은 詩를 담을까? 시집(詩集)은 시(詩)를 가두는 댐 땀이 차면 흙에 도장을 찍어 걸었던 검정 고무신 한 컬레처럼 봄을 적셔 줄 詩集은 없었다.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횡단보도 앞에서 봄을 끌어안고 6시 약속 장소로 간다. 2022. 05. 03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2. 5. 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