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50 꽃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나이가 되었나 꽃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가 되었나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이 용평으로 간다. 몽골의 초원을 따라 털봄맞이꽃에게 자식의 진로를 물어보고, 말똥같은 별똥별을 헤아리다 밤하늘과 얘기했던 게르(Ger)가 아직도 가슴에 있는데..... 목말라했던 20여년. 벌거벗은 나에게 항상 격려하던 교수들도 꽃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이름모를 들꽃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불안한 하루는 자꾸 재촉한다. 숨쉬기 어려울만큼 빠른 시간을 비우면서도 혼자는 인연(因緣)을 꾹꾹 담아 꽃들에게로 가고 싶다. 2022. 06. 11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2022. 6. 11. 골프는 미친 짓 골프는 미친 짓 기다리는 동반자의 가늘고 긴 눈꼬리를 떠올리며 구간단속을 피해 갓길로 졸음을 깨웠는데.... 비오는 골프장에 배회하는 눈망울을 본다. 챙길 것이 많아져 슬픈 나이에 비까정 내리면 파우치대신 쇼핑백으로 부족한 기억과 손을 빌리고 티샷(tee shot)을 한다. 동반자와 마을버스 한 정거장만큼 짧아도 쓰리 온(on)에 원 펏(putt)을 위해 비도 바람도 무시하고 골프 일지(日誌)를 쓴다. 여덟 개의 눈동자는 페어웨이(Fairway)에서 환호와 탄식으로 우리들의 블루스(BLUES)를 펼치고, 캐디는 버디(birdie)를 기다리며 그린으로 간다. 108미리 홀컵을 향하면서 18홀 내내 108가지의 핑계를 준비했는데 햇살 가득한 골프장은 스코어만 남기고 퇴근을 한다. 2022. 06. 06 세월.. 2022. 6. 6. 꽃양귀비 꽃양귀비 반팔이 어울리는 오월 개양귀비들이 웃고 있다. 바람따라 흐르는 빨간 물감 어디에도 양귀비(楊貴妃)가 없어 덧없는 사랑은 서쪽 하늘로 구름이 되고 고개를 숙이다 꽃이 되는 모습은 다른 이의 해어화(解語花)가 아닌 내 말을 이해하는 서른 여섯의 꽃인데 천변(川邊)으로 토닥토닥 꽃망울 떠뜨리면 그 곳으로 다시 갈 수 있을까 2022. 05. 17 세월을 읽다_김세을 2022. 5. 17. 나무관세을보살 나무관세을보살 내 그릇이 작아서 이렇게 아프다 봄비처럼 5월이 다 가도 가슴엔 퍽퍽한 먼지로 가득하고, 작든 크든 숙명처럼 맺은 인연 붙잡고 기도하지만 어디에도 없고 어느 곳에 있을까? 그저 바람 귀퉁이를 잡다 하루를 까먹고, 밤이면 뒤적이다 한움큼 물어버린 새벽에게 묻는다. 나무아비타불 관세을보살 내 그릇이 작아서 너를 담지 못하고 또 하루를 시작한다 2022. 05. 10 세월(世月)을 읽다_김세을 2022. 5. 9. 이전 1 ··· 3 4 5 6 7 8 9 ··· 13 다음